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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뽑은 죄’ 지난 4년 425억 날렸다

중앙일보 2010.06.01 02:38 종합 6면 지면보기
62 지방선거는 총 8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해야 한다. 먼저 교육감, 교육의원, 시·도의회 의원, 구·시·군의회 의원을 투표한 다음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광역의원 비례대표와 기초의원 비례대표 투표를 하면 된다. 사진은 영등포 ‘가’선거구의 실제 투표용지다. [최승식 기자]
6.2지방선거 2007년 4월 25일 서울 양천구 주민들은 구청장을 다시 뽑기 위해 투표장으로 향해야 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치른 지 1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당시 45.9%의 득표율로 당선됐던 이훈구 전 구청장의 ‘학력 세탁’이 문제가 됐다. 중학교 졸업 학력을 갖고 있던 이 전 청장이 학원강사를 매수해 검정고시 대리시험을 치렀고, 그 학력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는 사실이 검찰에 의해 드러났던 것. 이 전 구청장은 2006년 9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당선 무효’가 확정됐고, 항소심에도 유죄가 확정돼 2007년 1월 사퇴했다.


내일 투표가 중요한 이유
재·보선 6번, 안 써도 될 세금 낭비
“내 돈으로 치러진다 인식해야”

이 같은 선거부정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들에게 돌아갔다. 선거를 다시 치르는 데 든 비용이 10억2100여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세금 낭비였다. 지역경제의 중심이 되는 재래시장을 리모델링하거나 관내 간판을 재정비하는 데 쓸 수 있는 정도의 돈이었다.



경북 청도군 주민들은 5·31선거 이후로도 군수를 두 번이나 더 뽑아야 했다. 이원동 전 군수가 취임 1년을 갓 넘긴 2007년 7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형을 선고받아 군수직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경찰과 기자 등에 업무추진비 3000여만원을 건넨 혐의였다. 그해 12월 재선거에서 정한태 군수가 당선됐지만, 그 역시 선거운동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6억여원을 뿌린 혐의로 기소돼 5월 사직서를 제출해야 했다.



민선 4기 기초단체장을 뽑은 2006년 5·31 선거 이후로 치러진 재·보궐 선거는 총 6번. 35명을 다시 뽑는 데 든 비용만 185억7900여만원이나 들었다. 중도 하차한 이들 대부분이 선거법 위반 혐의였다. 김상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계장은 “사직한 단체장 대부분도 비리와 연루된 선거 관련 재판 도중 미리 사퇴했다”고 말했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도 마찬가지다. 광역의원 57명을 다시 뽑는 데 117억4562만원의 선거비용이 들었고, 기초의원 92명을 다시 선출하는 데 121억8417만원이 들었다. 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을 다시 뽑는 데 든 비용은 총 425억여원의 세금이 낭비됐다.



유재원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거가 내 주머니 돈으로 치러진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많다”며 “장기적으로는 재·보궐 선거 비용을 해당 지역구 주민들이 부담하게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당장은 유권자들의 책임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임주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재·보선=재선거와 보궐선거를 의미한다. 재선은 당선자가 임기 개시 전 사망했거나 불법선거로 당선 무효 처분을 받았을 경우에, 보선은 당선자가 임기 중 사퇴·사망·실형 선고 등으로 인해 그 직위를 잃었을 때 각각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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