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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탁 도사’ ‘친박이 죄입니까’ 선거공보도 톡톡 튀어야 산다

중앙일보 2010.06.01 02:27 종합 2면 지면보기
6.2지방선거 대구시 수성구에 사는 주부 정미경(43)씨는 얼마 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온 선거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묵직한 게 웬만한 책 한 권쯤은 되는 것 같았다. 봉투에는 대구시장 후보에서 비례대표 구의원 후보까지 33종의 공보가 들어 있었다. 정씨는 “많은 선거공보 가운데 사진·삽화·그래프를 쓴 것들이 눈에 띄었다”며 “복잡한 공약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50명이 넘는 후보들의 책자형 공보를 받아든 유권자들이 고개를 젓고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인 공보가 많아 제대로 구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튀어야 읽힌다”=무소속 김형렬 대구 수성구청장 후보의 선거공보는 파격적이다. 맨 앞면에 실린 사진은 눈이 충혈된 채 울고 있는 모습이다. 옆에는 ‘친박이 죄입니까?’라는 글이 실려 있다. 김 후보 측은 “한나라당 대구시당이 김 후보를 공천했으나 중앙당에서 뒤집었다”며 “너무 분하고 억울해 눈물 쏟는 장면을 공보에 실은 것”이라고 말했다.



우동기 대구교육감 후보는 196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의 그림과 자신의 초·중학교 사진을 넣었다. 그리고 ‘끼니는 굶어도 자식 교육만은 굶기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는 글을 실었다. 옛날처럼 열심히 가르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만화도 중요한 소재다. 유영웅 대구교육감 후보는 TV 프로그램의 ‘무릎팍 도사’를 ‘무릎탁 도사’로 바꿔 만화로 만들었다. 결론은 대구 교육에 영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공약도 삽화로 설명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용화 광주시장 후보도 선거공보 뒷면에 만화를 넣었다. 정 후보가 주력하고 있는 경제 살리기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제목은 ‘111 투표하기’로 ‘한 집에서 정 후보에게 한 표 찍으면 일자리가 넘친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밋밋한 선거공보를 만들어 외면받기보다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투표율 높이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지방자치연구소 김진복(행정학 박사) 소장은 “‘감성’을 자극하는 선거공보가 자칫 ‘공약’이라는 본질을 가릴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권삼·김방현·최모란 기자



◆선거공보=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후보에 관한 정보를 담은 인쇄물. 재산 총액과 병역사항, 세금 납부실적, 전과기록, 직업·학력·경력 등 인적사항과 공약 등이 담겨 있다. 후보자가 만들어 선관위에 제출하면 유권자의 가정으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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