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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민간 구호선 총격 19명 사망

중앙일보 2010.06.01 02:06 종합 14면 지면보기
이스라엘군이 31일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으로 구호물품을 싣고 가던 선박을 제지하면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1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고 이스라엘 ‘채널10’ TV 등이 전했다.


가자지구 가는 구호활동가 700명 타 … 운항 제지에 저항하자 발포

터키 시위대가 31일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이날 1만여 명의 시위대가 이스탄불의 이스라엘 영사관에 몰려가,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구호선박을 공격해 구호활동가 19명을 숨지게 한 이스라엘군을 규탄했다. 미국·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도 이스라엘 비난에 동참했다. [이스탄불 AP=연합뉴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터키 등 40개국의 구호활동가 700여 명은 이날 새벽 6척의 선박에 나눠 타고 키프로스를 출발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했다. 선박엔 건축자재와 의약품, 교육기자재 등 1만t의 구호물품이 실려 있었다. 가자지구 해역을 봉쇄해 온 이스라엘 해군은 경고방송 후 선단을 세웠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헬기를 통해 배에 내리자 승선자들은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했고 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발포,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대부분은 터키인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5명의 자국 군인도 이 과정에서 다쳤다고 발표했다. 구호선엔 197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북아일랜드의 평화운동가 메어리드 코리건 매과이어 도 타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라디오 방송은 사건 당시 녹음된 경고방송 내용을 공개하며 군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음을 주장했다. “키프로스로 돌아가든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전달할 테니 구호물품을 이스라엘 항구에 내려놓으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다른 매체들은 “비무장 민간인인 우리를 공격하지 마라. 배 안엔 부상자들이 있다”고 군인들에게 외쳤다는 승선자의 증언을 전했다.



◆국제사회 비난 봇물=사건이 터지자 터키 외무부는 “양국 간 회복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선박들은 터키 인권단체가 운영하던 것으로 터키 정부는 배를 통과시켜 줄 것을 사전에 이스라엘 측에 요구했었다. 또 다른 당사국 팔레스타인의 마무드 압바스 정부수반은 이 사건을 ‘학살’로 규정하며 사흘간 애도기간을 선포했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도 아랍·무슬림세력의 궐기를 촉구했다.



제3국들의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아랍 22개 회원국을 거느린 아랍연맹은 “인도적 임무 수행에 대한 범죄를 비난한다”며 “어떤 조치를 취할지 아랍국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 “부적절한 공격”이라며 비난에 동참했다. 터키와 프랑스·그리스·스페인·이집트 등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했다. 유럽 각국의 유럽연합(EU) 주재 대사들은 긴급 회의를 열어 진상 규명 등을 이스라엘에 요구키로 했다. 이스라엘의 혈맹인 미국도 “이 같은 비극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는 백악관 논평을 내놨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사건이 공해상에서 일어났다고 들었다”며 “사고 경위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일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을 취소하고 귀국키로 했다.



이스라엘은 2007년 강경파인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봉쇄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로 로켓포를 쏴대자 이스라엘은 이를 구실로 2008년 12월 가자지구로 진군, 이 지역을 초토화했다.



이후 봉쇄는 심해졌다. 서방은 인도적 차원에서 봉쇄 강도를 낮추고 초토화된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콘크리트·철강 등을 들여보내도록 요청했지만 이스라엘은 거부하고 있다. 무기 반입을 막기 위해 봉쇄는 불가피하다는 게 이스라엘의 주장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6월에도 의약품을 싣고 가자지구로 향하던 미국의 ‘자유 가자 운동(Free Gaza Movement)’ 소속 구호선을 저지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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