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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무슬림이 싫다" 급속 확산

중앙일보 2004.12.05 18:18 종합 16면 지면보기

유럽 대륙이 이슬람과의 문명충돌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주말 매거진과 더타임스 등 영국의 주요 언론이 4일 최근 서유럽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에 대한 혐오와 공포 증후군을 보도했다.


이슬람 성차별 고발한 영화감독 피살 계기로
잇단 항의시위 … 프랑스 좌파도 '배타성' 비난

◆ 공포 확산=지난 3월의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발 테러사건은 유럽이 무슬림을 새롭게 보게 된 출발점이었다. 마드리드 참사는 과격 무슬림이 유럽을 보고 있는 시각이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줬다.



무슬림에 대한 경계가 공포로 변한 계기는 지난달 2일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테오 반 고흐 피살사건이다. 그는 무슬림 사회의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감독했다. 과격 무슬림 젊은이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테오에게 총격을 가해 쓰러뜨린 다음 칼로 참수했다. 이 사건의 엽기성에 더해 유럽 내 과격 무슬림의 반응이 유럽인들을 전율하게 했다. "무슬림을 모독한 자는 마땅히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무슬림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와 모스크를 불태우는 사건이 잇따랐다.



무슬림 혐오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은 지난 10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일어났다. 결혼을 앞둔 모로코 여성이 처참하게 살해됐다. 용의자인 10대 청년들이 힘을 합쳐 들어올린 무거운 돌로 머리를 쳤다.



◆ 관용에서 적대로=네덜란드는전체 인구의 6.25%, 약 100만명이 무슬림이다. 프랑스는 서유럽에서 무슬림 인구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600만명이 살고 있다. 갈등이 심각할 수밖에 없는 두 나라에서 사건이 돌출했지만 서유럽 어디나 사회적 배경은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무슬림의 유럽 유입 창구였던 이탈리아는 가장 관용적이고 우호적인 나라였다. 그러나 최근 조사결과 48%의 국민이 "이슬람은 다른 종교보다 더 광적"이라고 대답했다.



스페인의 경우 최근 세비야에서 수천명이 시내 중심가에 모스크를 지으려는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한 가두시위를 벌였다.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에서도 테오 살해 사건 이후 테러와 방화가 늘고 있다. 독일에서도 "이맘(예배 인도자)이 아랍어 대신 독일어로 설교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선동을 막자는 취지다.



◆ 관용에 한계=서유럽인의 속마음은 '배신감'이다. 자신에게는 다양한 문화와 민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관용 정신이 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사회에 파고든 무슬림들이 배타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포용을 주장해온 프랑스 좌파조차 "우리의 톨레랑스(관용)가 무슬림의 배타성에 농락당했다"고 주장할 정도다.



가장 개방적인 선진사회로 인정받아온 네덜란드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무슬림 모로코 청년들이 몰려다니면서 동성애자를 폭행하고 정치인을 협박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비밀 주거지로 이사해 숨어살고 경찰의 호위를 받아 돌아다녀야 할 정도가 됐다. 유럽인들은 자신의 성숙한 민주주의가 이슬람과 병존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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