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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야 내 몫까지 뛰어줘’ 곽태휘의 눈물

중앙일보 2010.06.01 01:17 종합 28면 지면보기
곽태휘가 벨라루스전에서 부상을 당한 뒤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다. [쿠프슈타인=연합뉴스]
그라운드에 풀썩 쓰러진 곽태휘(29·교토)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곽, 다시 부상 남아공 직전 하차
강, 엔트리서 빠졌다가 재발탁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밑으로 푹 꺼지는 느낌을 받은 그는 체념한 듯 들것을 기다렸다.



병원으로 이동해 정밀진단을 받았다. ‘왼무릎 내측 인대 부분 파열로 4주간 재활해야 한다’는 소견을 들었다. 월드컵 출전을 위해 달려온 그의 소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곽태휘는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30분 비탈리 로디오노프와 공중볼을 다투다 착지하면서 왼쪽 무릎을 다쳤다.



곽태휘는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걸어 “월드컵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운명의 장난 같다”며 눈물을 머금었다. 그를 애지중지 아꼈던 허정무 감독은 “곽태휘는 월드컵 운이 없는 선수인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곽태휘는 대구공고 1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늦깎이다. 운동장을 뛰는 입단 테스트에서 열 번 넘게 구토를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축구 선수의 꿈을 이뤘다. 고교 2학년 때 공에 맞아 왼쪽 눈이 실명됐지만 빠른 두뇌회전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기량을 키웠다. K-리그와 대표팀에서 승승장구했지만 번번이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2008년 3월 포항과 K-리그 개막전에서 왼쪽 발목을 다쳐 독일에서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수술대 위에 다시 올라야 했다. 지난해 9월 그라운드로 돌아와 J-리그 교토에 입단하며 월드컵 출전의 희망을 부풀렸지만 남아공 입성 직전에 또다시 부상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허 감독은 31일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고 곽태휘 대신 강민수(24·수원)를 발탁했다. 강민수는 1m86㎝·76㎏의 날렵한 체구를 갖췄고, 18세 이하 청소년대표와 2008 베이징올림픽 대표로 활약했다. 2007년 6월 A매치에 데뷔한 후 31경기를 꾸준히 뛴 베테랑 수비수지만 최근 극심한 부진을 보여 엔트리를 30명에서 26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탈락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강원 FC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는 등 공수 양면에서 점차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다.



노이슈티프트=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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