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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안보의 선거쟁점화 우려된다

중앙일보 2010.06.01 01:07 종합 33면 지면보기
천안함 사건으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방선거에서 안보 이슈가 다른 쟁점들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합동조사단의 발표 이후에도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됨에 따라 국론이 분열되고 안보 문제가 정치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앙일보·SBS·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지방선거 2차 패널조사에서 잘 드러났다(중앙일보 5월 31일자 8면). 보수층에선 강경한 대북정책의 요구가 커지고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결집되고 있다. 반면 야당 일부와 진보진영은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정부·여당이 천안함 사건을 지방선거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얼마나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5개 지역 평균 64.0%가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35.3%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다 심각한 현상은 세대, 이념 성향, 지지 정당에 따라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대한 신뢰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안보 의식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우선 연령대별로 보면, 서울의 경우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신뢰하는 비율이 60대 이상에서 91.3%로 압도적이다. 그러나 20대에선 45.3%로 낮아진다. 이념 성향별로 보면 보수는 76.4%가 발표를 신뢰하는 반면, 중도 67.7%, 진보는 41.5%만이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는 86.4%가 신뢰한다고 응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49.1%, 국민참여당 지지자는 26.2%만이 신뢰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보 문제의 정치화 현상을 보여주는 다른 결과는 전체 조사 대상의 67.2%가 ‘천안함 사건 발표에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정부·여당의 정치적인 의도가 작용했다’고 응답한 대목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처럼 안보 의식과 이념을 둘러싼 인식 차가 깊어지는 현상에 대해선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은 천안함 사건의 진상과 무관하게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믿지 않는 국민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압박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여론의 지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보를 가능한 한 과감히 공개하고 야당과 일부 진보세력에 대한 설득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안보 문제가 정치화되는 상황은 야당, 특히 제1 야당인 민주당에도 책임이 크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북한의 어뢰공격을 부인하거나 북한에 대한 단호한 비판을 주저하는 애매한 행태가 나타났다. 합동조사단의 결과를 수용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모호한 태도를 지속한다면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안보 문제에 관해선 여야가 초당적 협력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 다수 여론이다. 무엇보다 지방정치와 상관관계가 적은 안보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는 상황이 걱정스럽다. 지방선거는 유능한 지역일꾼을 뽑는 기회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통해 지방선거의 본래적 의미가 살아나기를 기대한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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