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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상하이에 비춰 본 여수엑스포 ‘스몰 볼’이 성공 열쇠다

중앙일보 2010.06.01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중국 상하이엑스포 전시장 곳곳은 개막 한 달 내내 ‘줄서포(줄서기+엑스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인기가 높은 한국관·한국기업연합관은 보통 두세 시간씩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다.



그런데 북적대는 현장 분위기와 달리 주최 측은 예상보다 관람객이 적어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걱정하고 있다. 상하이엑스포 조직위원회는 5~10월 개최기간에 관람객 7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지 언론에선 “1억 명 관람객에 대비해야 한다”는 기획기사까지 나왔다. 중국 인구가 13억 명을 넘고, 상하이에서 1시간 거리 안에 1억 명이 거주하는 점을 감안하면 허황된 목표는 아니었다.



하지만 ‘줄서포’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도, 개막 후 30일간 다녀간 관람객은 770만 명 선. 이 추세라면 10월까지 5000만 명을 채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에서는 이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우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엑스포 특수를 노렸던 상하이 관광업계와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세계인의 관심이 남아공 월드컵(6월 11일~7월 12일)으로 몰리는 것도 악재다. 목표 관람객을 채우지 못할 것 같자 뒤늦게 일부 관계자들은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다” “엑스포에 300억 위안(약 5조2000억원) 투자가 과하지 않았는가”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대 의견도 있다. 관람객이 목표치에 못 미치지만, 여전히 인기 있는 관은 두세 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복잡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보다 더 많이 오면 내·외국인들이 쾌적하게 엑스포를 볼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무질서했던 중국인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상하이엑스포 흥행 논란을 보고 있자니 2년 뒤 여수엑스포에 대한 걱정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상하이 인구는 1850만 명이 넘지만 여수는 30만 명에 불과하다. 상하이 인근에 1억 명이 거주하는 반면 여수는 서울에서 자동차로 5시간이 족히 걸린다. 상하이엑스포는 등록박람회지만 여수엑스포는 인정박람회다. 객관적인 여건이 열세임에 분명하다.



문득 현대 야구의 최대 논쟁거리인 ‘빅 볼’ ‘스몰 볼’이 떠올랐다. ‘빅 볼’이란 홈런 등 장타 위주의 선 굵은 공격 야구로 많은 득점을 올리는 스타일이다. 반면 ‘스몰 볼’은 번트·도루·단타 등 팀 플레이를 토대로 한 정교한 야구로 이기는 경기를 한다. 최근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과 일본의 스몰 볼이 득세하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엑스포를 계기로 효율과 정교함을 중시하는 스몰 볼에 눈뜨기 시작했다. 상하이엑스포보다 열세에 있는 여수엑스포가 성공할 수 있는 길도 자명해 보인다. 무모한 관람객 목표를 세우고, 화려한 치장을 하는 데 매달리기보다는 실속 있는 ‘스몰 볼 엑스포’를 준비해야 한다.



상하이에서

강병철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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