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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동화책 잘 읽어주려면

중앙일보 2010.05.31 18:32
영어 잘 하는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비결을 물으면 대부분 “어릴 때부터 영어 동화책을 많이 읽어줬다”고 말한다.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은 쉽다. 그러나 ‘잘’ 읽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자기만의 노하우를 개발한 엄마들로부터 영어 동화책 잘 읽어주는 법을 들었다.


그림으로 흥미를 끌고 문화도 익혀요

아이 흥미부터 끌고 문화 체험 활동 병행

연규순(36·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씨는 초 1, 5살 두 딸에게 4년째 영어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2003년부터 4년 동안 미국에 살았던 연씨는 큰 딸 손채원(경기 불정초 1)양이 영어를 잊어버릴까 걱정돼 영어유치원에 보냈다. 하지만 손양은 한 달 만에 그만뒀다. 빡빡한 수업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씨가 영어 동화책을 읽어줘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이때부터다. “채원이는 말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집에서 제가 책을 읽어주고 말을 시켜보는 게 낫겠다 싶었죠.” 연씨는 영어교육 노하우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워크북과 교구 등을 손수 만들었다. CD와 DVD도 틀어주고 책을 읽어주는 중간에 영어로 질문도 해봤다. 그러나 아이들은 “여긴 한국인데 왜 자꾸 영어로 말하라고 해?”라며 입을 꼭 닫았다. 아이 관심사와 상관없이 글자만 줄줄 읽어준 게 원인이었다.



연씨는 또래 엄마들과 품앗이 모임을 결성,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방법을 연구했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은 그림으로 먼저 흥미를 끌어야 한다는 것. 연씨는 책을 읽기 전, 표지를 보며 “이건 호랑이야 곰돌이야?” “이 인형은 누굴 닮았지?”하는 질문을 한국말로 했다. 책을 읽을때도 그림부터 훑어보며 질문을 던졌다.



“아기가 왜 울고 있을까?” “유진이는 어떨 때 울고 싶니?” 그러자 아이들이 말문을 열었다. 자신감이 생긴 연씨는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하면 더 효과적이겠다 싶어 동화책을 통째로 외웠다. “책을 여러 번 읽으면 어떤 부분을 강조해서 읽어야 할 지, 어떤 톤으로 읽어줘야 할 지 알게 돼요. 중간에 아이가 질문을 해도 이야기 흐름을 놓치는 일이 없기도 하고요.” 연씨는 품앗이 모임 엄마들과 독서 후 문화 체험활동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할로윈 동화를 읽고 호박 가면을 만들어 보는가 하면, 아이들 생일 파티 때는 동화책 주인공이 했던 ‘당나귀 꼬리 붙이기 게임’을 하기도 했다. 교구를 만들 때도 스티커 붙이기, 색칠하기 같은 일은 두 딸에게 도움을 청했다. 교구를 함께 만들어보는 일 자체가 훌륭한 교육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영어 교육 노하우를 나누는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면 재미있는 교구와 놀이자료들을 구할 수 있어요. 영어 동화책은 문화를 익히고 영어에 관심을 갖게 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제일 효과적이에요.”



한글 동화책 같이 읽고 역할극 하며 칭찬

정석인(37·서울 송파구 가락동)씨는 요즘 아들 위재영(서울 가동초 2)군 때문에 흐뭇하다. 1년 전만 해도 또래보다 낮은 레벨 반에서 수업을 듣던 위군이 얼마 전 영어 말하기 대회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영어 동화책을 읽어준 것을 실력 향상의 비결로 꼽았다. “재영이는 말하기 실력이 제일 부족했어요. 역할을 정해 영어 동화책을 읽는 연습을 한 게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정씨도 처음엔 영어 동화책 읽기에 실패했다. 다독만이 실력 향상의 지름길이라 믿었던 그는 주말이나 잠들기 전 시간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책을 읽어줬다. 외워두면 좋겠다 싶은 단어는 뜻도 일일이 알려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어 어휘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고급 영어 단어를 외우다 보니 말은 하는데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입으로는 ‘tradition = 전통’이라고 외우지만 머리로는 ‘전통’이 뭔지 몰라요. 책을 다 읽었는데도 전체 내용이나 주제에 대해선 설명을 못하는 거죠.”



정씨는 한자 플래시 카드를 활용해 영어와 한자 공부를 병행해 보기로 했다. ‘누를 황(黃)’이 적힌 카드와 짝이 되는 노란색 그림카드를 찾는 메모리 게임을 하면서 카드 여백

에 ‘Yellow’라는 영어 단어를 함께 적어보게 했더니 효과가 있었다.



읽어주는 영어 동화책 권수도 줄였다. 대신 열 권 중에 세 권 정도는 한글 동화책을 같이 읽어줘 문장 이해력을 높였다. 정씨는 “동화책의 수준을 높여갈 때도 비슷한 내용으로 된 한글 동화책을 먼저 읽혀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고 말했다.



말하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정씨는 동화책으로 역할극을 해보기로 했다. 승부욕이 강한 아들의 성향을 잘 아는 그는 자신의 차례 때 일부러 문장을 한 번씩 틀리게 읽었다. 위군이 틀렸을 때는 모른 척 눈감아줬다.



좋아하는 주인공이 돼 대사를 실감나게 읽는 것은 확실히 효과가 컸다. 동화책 읽기를 즐거워할 뿐 아니라 외운 대사를 응용해 자기 생각을 영어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엄마의 칭찬과 격려가 영어 실력 향상의 지름길이에요. 부족하고 서툴러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세요.”



[사진설명]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개발해 두 딸 손채원유진양에게 영어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는 연규순씨.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김경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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