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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첫 중간고사 서술형 시험을 분석해보니…

중앙일보 2010.05.31 10:41
원선호·오종원(왼쪽부터)군이 지난 중간고사의 서술형 평가 시험지를 살펴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고력보다 이해·표현력 비중 커졌네~

초·중학교 학생들의 첫 중간고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시험은 서울시교육청이 서술형 평가 확대 방침을 밝힌 뒤 처음 치른 시험이라 각계의 관심이 컸다. 학생들은 대체로 “시험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없어 혼란스러웠다”는 반응이었다.



초등 “독서보다 문제집 풀이가 효과적”

초등학생들이 치른 서술형 평가 문제는 짧은 단답식 문항이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초등 온라인 교육사이트 에듀모아가 전국 초등학생 22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 치른 서술형 평가의 문제 형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이상이 ‘주관식 단답형’(38%)과 ‘외운 교과지식을 적는 짧은 문장형(18%)’이라고 답했다. ‘사고력을 요구한 논술형 답안형’을 선택한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시험을 치르기 전후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서술형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시험을 치르기 전엔 ‘독서(35%)’라는 답변이 1위였다. 그러나 실제 시험을 치른 뒤 가장 효과를 본 공부방법을 묻는 질문엔 ‘서술형 문제집 풀이(42%)’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독서는 큰 차이(26%)로 2위로 밀려났다.



중등 학교별 유형 제각각, 일부 점수 하락도

중학생들의 경우,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해 실제 시험에서 당황했다는 불만이 많았다. 손현수(서울 양정중 1)군은 “수업시간에 배운대로 심화문제를 풀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식으로 수학 서술형 평가를 준비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수학적 원리를 묻는 문제가 나왔다”고 털어놨다. 학교별로 출제 유형도 제각각이었다. 손군은 “학생들에게 익숙한 계산식 문제가 주로 출제된 옆 학교 친구는 나와 똑같은 문제집으로 공부했는데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처음 치르는 생소한 방식의 시험은 학생들의 점수 하락을 가져오기도 했다. 원선호(서울 월촌중 1)군은 “중간고사 첫 날 영어시험을 치른 직후 반 아이들 절반 정도가 시험을 망쳤다고 울었다”며 “평소에 전교생 영어 평균점수가 90점 내외였는데 이번 시험에선 60점이 나왔다”고 말했다. 원군은 캐나다에서 2년간 살다 와 회화는 자유롭게 구사할 수있고 평소 영어 시험에선 거의 100점을 맞았다. 그러나 이번 중간고사에서는 영어 서술형 평가에서만 3문제를 내리 틀렸다. 원군은 “답을 아는데도 틀린 문제가 너무 많았다”며 “기말고사 전에는 채점기준에 맞춰 답안을 쓰는 연습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종원(서울 양정중 1)군은 “선생님이 시험 전에 문제 유형을 언급해 주셨지만 너무 많아 다 준비할 수 없었다”며 “좀 더 문제출제 방향이나 공부 방향을 정확히 짚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석 도입 초기…논술형과 혼동하기 쉬워

서울시교육청 김정아 담당관은 “학기 초 학교 홈페이지와 가정통신문으로 안내하고 충분히 정보를 전달하도록 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서술형 평가의 정확한 방향에 대해 홍보하고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양대 사회교육원 심미향 교수는 “학생들이 서술형 평가의 도입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경우가 많았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서술형 평가는 논술형 처럼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맞춰 교과서 속 이론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표현하는 능력을 보는 것”이라며 “시행 초기 단계의 기초적인 서술형 평가유형이어서 사고력보다는 이해력과 표현력이

더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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