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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체장 후보 24시 르포 ⑦·(끝) 강원지사

중앙일보 2010.05.31 01:20 종합 6면 지면보기
6.2지방선거



“못 지킬 약속 억지로 넣지 마라”

100대 공약 아닌 97대 공약 발표



이계진 한나라당 후보




29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포남동 하나로마트 앞. 한나라당 이계진(64) 강원도지사 후보를 만난 한 유권자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지사가 되면 내 인생을 바꿔 줄 수 있나. 그렇다면 찍어주겠다.” 시비조 말투에 수행원들이 ‘그냥 지나가자’는 뜻으로 이 후보를 잡아끌었지만 이 후보는 멈춰 섰다.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습니까”. 이에 유권자는 곧바로 “왜 못하나”라고 물었다. 이 후보는 “강원도의 발전이라면 몰라도 선생님의 인생을 바꾸는 건 약속할 수 없지요”라고 답했다. 잠시 이 후보를 바라보던 유권자는 “당신이 ‘그렇다’고 말하며 지나갔다면 뻔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 후보의 손을 잡았다.



이 후보는 캠프에서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30일 원주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1분 1초가 아까워 죽겠는데 이 후보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며 불평 아닌 불평을 했다. 이 후보가 내세우는 건 ‘정직한 선거’다. ‘100대 공약’이 아닌 ‘97대 공약’을 발표한 건 “지키지 못할 약속 세 가지를 억지로 집어 넣어 숫자를 맞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이계진 후보가 22일 삼척 중앙시장 유세에서 만난 유권자 두 명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이계진 후보 제공]
선거를 앞둔 마지막 일요일인 이날 그는 오전 6시 쌍다리 새벽시장을 시작으로 종일 원주를 누볐다. 법정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은 불자인 그는 이날 단두동 성당에서 미사도 보고 교회도 두 곳이나 들렀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중앙시장통 난전에서 만두칼국수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던 그에게 물었다.



-분위기가 어떤가.



“선거에서 확신이란 건 없다. 중앙당이 수도권만 신경 쓰는 것 같다. 처음에 비해 지지율 격차가 줄었다. 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강한 후보다. 그래도 어제 강릉을 돌면서 승기가 내게로 넘어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데 박근혜 전 대표가 도와주면 쉽지 않을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는 시간이 길어보이더라.



“수행팀은 10명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불만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때도 사인해 달라는 사람에게 사인만 해 주지 않고 캐리커처도 같이 그려줬다. 그러면 그 분들이 ‘이계진이 날탕은 아니다’고 평가해줬다.”



그와 이광재 후보는 원주중·고 18년 선후배 사이다. 사석에선 서로 깍듯이 예의를 갖춘다. 그래서 이계진 후보는 정책 외엔 이광재 후보에 대한 공격을 거의 하지 않는다. 자신이 내세운 ‘강원특별자치도’ 공약에 대해 이광재 후보가 반대하자 “2008년엔 찬성하지 않았나”라고 비판하는 정도다. “기소 문제를 활용할 수도 있지 않으냐”고 물으니 “그런 낯부끄러운 짓을 어떻게 하나. 캠프에도 최대한 고소·고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아나운서 출신인 그가 방송에서 손을 뗀 지 6년이 지났지만 “TV에서 봤다”며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거나 사진을 찍자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



원주=이가영 기자






“강원도 설움 받는 시대 끝내겠다”

개인택시 타고 다니면서 유세



이광재 민주당 후보




이광재 후보가 29일 강릉원주대에서 열린 총동문회 가족체육대회장을 찾아 유권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뉴시스]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6㎏이 빠졌다고 했다. 목이 많이 쉬어 날계란 하나를 삼키고 나서야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다. 민주당 이광재(45) 강원도지사 후보의 얘기다.



30일 낮 12시30분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장터 앞. 이 후보는 유세트럭에 올라 이렇게 외쳤다.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서 강원도를 소외시켜도, 원주에 유치하려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빼앗아 버려도, 우리의 지도자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 강원의 아들 이광재가 강원도민이 설움 받는 시대를 끝내겠습니다.”



유세를 지켜보던 최모(55)씨는 이광재가 될 것 같으냐는 기자의 물음에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뒤질 리가 없는데…”라며 되물었다. 최씨는 “한나라당을 지지하지만 도지사는 이광재를 뽑을 것”이라 고 말했다. 이 후보가 선거운동을 시작한 다음 처음 찾은 곳인 평창은 그의 고향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 출신인 그는 이곳에서 국회의원을 두 번 했다.



이 후보가 강조하는 건 ‘인물론’이다. 이 후보는 “도지사를 당 보고 뽑을 것인가, 인물을 보고 뽑을 것인가 물으면 답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슬로건을 ‘일 잘하는 도지사’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29일 지원 유세에서 “이광재를 찍어야 10년 뒤 강원도 출신 대통령이 나온다”고 외치면서 ‘인물론’에 힘을 보탰다.



30일 오전 9시30분 원주 진광고등학교 운동장. 83학번 연합체육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 후보가 나타났다. 오전 5시부터 강릉 등 8곳의 조기축구회를 돌고 나서 달려온 길이었다. 운동장 곳곳에선 “광재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후보는 원주고를 졸업하고 1983년 연세대에 입학했다.



이 후보는 개인택시를 타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한다. 팬카페 회원으로 있는 택시기사들이 자발적으로 조를 짜서 운전을 해준다고 한다. 평창 유세를 마치고 정선으로 넘어가는 그의 택시에 동승했다.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했는데.



“대한민국에 특검이 이제까지 6번 있었는데 내가 2번을 조사받았다. 이만하면 정치 많이 했다 싶더라. 은퇴 선언을 하고 나니까 강원도민 11만 명이 서명을 했다. 아버지가 ‘은혜를 어떻게 갚을 거냐”고 물으셨다.”



-왜 도지사인가.



“강원도가 땅덩이에 비해 인구도, 예산도 적다. 그러나 그만큼 가능성은 더 많은 것 아니겠나. 일자리·교육·복지 등의 문제를 잘 풀어갈 자신이 있다.”



-한나라당 후보에 뒤지고 있는데.



“이계진 후보의 인지도가 90%다. 내가 50%였는데 75%까지 올랐다. 인지도 대비 지지율은 내가 훨씬 양호하다.”



이광재 후보는 만나는 이들에게 “이길 겁니다. 6월 3일 당선 인사하러 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길 거다”는 말은 자신에게 거는 주문처럼 들렸다.



원주·평창=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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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이계진
(李季振)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한나라당 강원도지사후보(6.2지방선거)
1946년
이광재
(李光宰)
[現] 민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민주당 강원도지사후보(6.2지방선거)
196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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