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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정권 균열’ 하토야마의 새 정치도박?

중앙일보 2010.05.31 00:55 종합 12면 지면보기
일본의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이 지난해 9월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사민당이 이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지난주 오키나와(沖縄) 내 주일 미군 후텐마(普天間) 기지의 이전 문제와 관련, 미·일 공동성명에 반기를 든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穂) 사민당수를 각료직에서 파면했다. 후쿠시마 당수는 후텐마 기지를 과거의 미·일 원안대로 오키나와 내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성명이 나오자 이 문제에 대한 협력을 거부해 내각에서 축출됐다. 그러자 사민당은 30일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은 것은 한 개인이 아닌 사민당의 총의”라며 “민주·사민·국민신당 연립정권에서 이탈하겠다”고 선언했다.


중의원 의석 압도적 … 사민당 이탈에도 ‘수의 정치’ 자신감
7월 참의원 선거 후 다른 정당과 연정, 과반수 확보 가능

◆‘수(數)의 우위’ 앞세운 정치 도박=사민당이 연정에서 이탈해도 총리가 사임하거나 중의원 해산 같은 극단적 상황이 없는 한 일본 정치는 일정대로 진행된다. 민주당과 사민당의 연정은 처음부터 물과 기름으로 비유되곤 했다. 민주당은 자민당 출신 국회의원들이 많아 보수 성향이 강하다. 반면 사민당은 사회당의 후신으로, 얼마 전까지도 북한의 일본인 납치까지 부인해온 좌파정당이다. 그러나 “후텐마 기지를 국외, 최소한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한다”는 하토야마 총리의 약속은 사민당을 연정으로 끌어들였다. 참의원 과반의석 확보를 위해서는 사민당의 참여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번에 하토야마 총리가 후쿠시마 당수를 소비자·저출산 담당상에서 파면한 것 역시 이런 ‘수의 정치’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참의원에서 115석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사민당이 이탈해도 또 다른 연정 파트너인 국민신당(6석)과 함께 절반인 121석을 유지하게 된다. 더욱이 사민당은 “지난해 가을 3당 연립정권 합의에 포함된 정책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민주당·국민신당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악의 경우 참의원에서 사민당이 주요 정책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나서더라도 중의원에서 재통과시키는 방법이 있다. 일본 헌법은 참의원 부결법안에 대해 중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중의원 480석 중 307석의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참의원 선거 이후 공명당 등 다른 정당과 새로운 연정을 구성해 과반수 이상 확보할 수도 있다.



◆사임 압력 직면한 하토야마=그러나 문제는 하토야마 총리의 거취다. 그는 29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제주도에서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소원한 사이는 아니다”라며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 민주당 간사장과의 불화설을 부인했다. 정권 실세인 오자와 간사장은 하토야마 총리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줄곧 침묵을 지켰다.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총리에 대한 정치권의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오자와 간사장이 총리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 등 야당은 내각 불신임안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의 와타나베 고조(渡部恒三) 전 중의원 부의장마저도 30일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하토야마 총리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만큼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금대로라면 7월 참의원 선거 참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럴 경우 자민당 정권 시절 나타났던 여소야대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무라타 고지(村田晃嗣) 도지샤대 교수는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가 이만큼 큰 문제로 비화된 것은 총리의 판단력과 리더십 부재 탓”이라며 “사임해야 할 사람은 후쿠시마 장관이 아니라 총리”라고 비난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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