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이 파트너 감췄던 영국 장관 실각…공개 결혼 말라위 남성 커플은 사면

중앙일보 2010.05.31 00:51 종합 14면 지면보기
데이비드 로스 영국 예산 담당 장관 스티븐 몬제자(왼쪽)와 티웡게 침바랑가
데이비드 로스(45) 영국 예산 담당 장관이 29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가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주거 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아 온 사실을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폭로한 데 따른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로스 장관이 동성 파트너인 정치 로비스트 제임스 런디의 집에 기거하면서 매달 수백 파운드씩 주거 보조금을 청구해 수년 동안 총 4만 파운드(약 6900만원) 이상을 불법 수령했다고 보도했다. 주거 보조금은 의원들이 의정 활동을 위해 의사당이 있는 런던에 머무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가족·친척·동거 파트너의 집에 거주하는 경우는 신청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동성애 엇갈린 결말

로스 장관은 보조금을 불법적으로 청구했음을 시인하며 “돈 때문이 아니라 성적 정체성을 감추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런디의 집에 살면서 보조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그가 파트너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을 감수했다는 것이다. 영국 언론은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로스 장관이 20대 때 JP모건과 바클레이즈 등의 금융업체에서 간부로 일해 100만 파운드 이상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임에는 같은 자민당 소속인 대니 알렉산더 스코틀랜드 담당 장관이 임명됐다. 일각에선 로스의 사임으로 지난 총선에서 노동당을 누르고 13년 만에 정권을 잡은 연립정부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스의 예산 담당 장관직은 보수·자유민주당 연립정부에서 자민당 몫으로 배분된 것 중 닉 클레그 자민당 당수의 부총리직 다음으로 높다.



한편 아프리카 남동부 국가인 말라위 대통령 빙구 와 무타리카는 이날 동성끼리 결혼식을 올려 징역 1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남성 커플 스티븐 몬제자(26)와 티웡게 침바랑가(20)를 사면한다고 밝혔다. 말라위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들에 대한 사면을 권고한 직후였다. 반 총장은 “성적 정체성 때문에 위협이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시대착오적인 법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53개국 중 38개국이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