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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G2는 없다”

중앙일보 2010.05.31 00:22 종합 34면 지면보기
“G2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26일 용인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재개발원 강당에서 열린 한 강연 끝에 나온 질문이다. ‘한·중 관계 발전’을 주제로 한 이날 강연은 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한 ‘2010년 중국 청년대표단 한국 문화 고찰’ 프로그램 중 하나. 중국의 30대 젊은 공무원 150명이 강연장을 메웠다.



질문 요지는 분명해 보였다. ‘미국은 중국을 G2라 하고, 중국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는데 한국은 어느 편이냐’는 것이다. 강연을 마친 석동연(전 홍콩총영사) 경기도자문대사는 “중국을 빼놓고는 어떤 해결책도 찾을 수 없는 게 국제 정치·경제의 현실”이라며 “사실상 중국은 G2의 위치에 있다”고 답했다. 외교 관록이 묻어나는 답변에 청년 공무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의가 끝난 뒤 G2에 대한 그들의 속내를 물었다. ‘미국이 중국을 서방 질서에 편입시키려는 속셈’ ‘중국에 G2라는 올가미를 씌워 국제 문제의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의도’라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중국은 과연 G2인가?’.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져 본다.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동북아 평화에 대한 중국의 리더십이 관심을 끌고 있어서다.



G2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월가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이었다. 그는 2006년 9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지적하며 ‘G7(선진 7개국)에서 G2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표현했다. ‘기발한 워딩(wording·조어)’ 정도로 여겨졌던 이 말은 2008년 미국발(發)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빛을 발했다. 위기 원인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자금 흐름 불균형에 있었고, 양국의 협력 여부에 지구촌 경제 회복이 달렸기 때문이다. 서방은 중국에 G2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붙여 주며 이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난 아니야’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한두 나라의 힘으로는 국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더 깊은 이유는 ‘G2(Group2)’라는 말의 태생적 한계에 있다. 무릇 양국이 ‘그룹(Group)’으로 묶이기 위해서는 공통의 이념과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G7’이 그랬듯 말이다. G7 국가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 그러기에 문제가 터지면 수시로 만났고, 해결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미국과 중국은 그게 약하다. 국제 정세를 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위안(元)화 평가절상, 북한·이란 핵 문제, 인권 등 대부분의 글로벌 사안에서 두 나라는 ‘적대적’이랄 정도로 부딪친다. 체제가 다른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 이익을 향해 움직일 뿐 리더십을 공유할 뜻은 없어 보인다. 천안함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G2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 희생을 중국에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얘기가 서방에서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G2냐, 아니냐는 논란은 무의미하다. G2는 본래 없으니 말이다’. 그게 중국 청년 공무원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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