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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과와 숙제 동시에 남긴 한·중·일 ‘천안함 발표’

중앙일보 2010.05.31 00:21 종합 34면 지면보기
우여곡절 끝에 중국이 일단 한국·일본과 한 배에 탔다. 문제는 세 나라가 탄 배의 향후 진로와 속도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총체적인 외교 역량이 전례 없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어제 끝난 한·중·일 정상회의가 내놓은 공동 언론발표문의 천안함 침몰사건 관련 표현 수위(水位)는 사실 우리 국민의 기대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한국민을 위로한 뒤 ‘한국과 국제합동조사단에 의해 수행된 공동조사와 각국의 반응을 매우 중요시했으며, 역내에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적절하게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는 게 전부다. 그렇지만 중국이 동참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고 본다.



특히 중국이 천안함 피격 조사 결과에 대해 “평가·분석을 진행 중”이라던 기존 태도에서 “공동조사와 각국 반응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밝힌 점에 주목한다. 지난 15, 16일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때 양제츠 외교부장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이 같은 태도 변화에 우리 측의 객관적·과학적인 조사 결과 발표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발표문이 언급한 ‘각국 반응’이 어떠했는지는 이미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다. 오직 북한 혼자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고 발버둥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대전 현충원의 ‘천안함 용사’ 묘역을 참배하고 정상회의 석상에서 이례적으로 묵념을 제안했으며, “북한의 명백한 반성과 사죄가 전제돼야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자세도 높이 평가한다. 일본은 이미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을 공해상에서도 검색할 수 있게끔 관련 법을 개정했고 대북 송금액 신고 의무도 강화했다.



관건은 중국의 향후 태도다. 북한과의 ‘혈맹’을 강조해 온 중국이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여러 여건상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원자바오 총리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중국이 ‘정의를 주창하는 책임 있는 국가’라면, 북한의 천안함 도발 시인·사죄와 재발 방지 약속을 압박하는 국제공조 대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마땅하다. 앞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대북 조치 논의 과정에서도 중국은 이에 걸맞은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이 추가 군사 도발을 감행하거나 그럴 조짐을 보일 경우 중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공동 언론발표문 취지대로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



어제 3국 정상회의로 ‘천안함 외교’ 1라운드가 끝나고 이제 2라운드가 시작됐다. 다음 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안보회의, 캐나다의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등 크고 작은 국제회의들이 계속 이어진다. 정부는 천안함 외교에 전력을 기울여 북한의 사죄·재발 방지 약속과 배상·관련자 처벌 등 합당한 후속 조치를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 동시에 개성공단·대북심리전 문제나 북한의 추가 도발 대비 등 우리 내부의 위기대응 시스템 측면에서도 한 치의 빈틈을 보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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