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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환의 마켓뷰] 유럽 경제회복 더뎌도 ‘더블딥’ 가능성 작아

중앙일보 2010.05.31 00:04 경제 12면 지면보기
혹시 남유럽 재정위기가 유로존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속에서도 최근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은 견고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의 고성장은 꺾일 줄 모르고, 미국에서는 고용 회복이 본격화하고 내구재 주문도 늘고 있다. 심지어 불안의 진원지인 유럽의 경제 지표들도 점점 호전되고 있다.



이런 해외 경기동향은 한국의 수출이 계속 늘어난다는 데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금융시장은 불안하다는데, 수치로 나타나는 경제상황은 회복 일로다. 투자자들로서는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각종 경제지표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아직 남유럽이 본격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단계도 아니어서 지금 나오는 경제 지표만으로 유럽 위기의 영향을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남유럽 4개국(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에 불과하다. 특히 상황이 그리 심각하지 않은 이탈리아가 이 중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유럽에서의 수요 위축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 볼 수 있다.



최근 남유럽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에서도 2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4.6%로, 내년 전망치도 3.7%에서 4.5%로 올려 잡은 것은 이를 방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OECD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도 상향 조정했다. 올해 미국 전망치는 2.5%에서 3.2%로, 중국은 10.2%에서 11.1%로 올렸다. 미국의 내년 전망치도 2.8%에서 3.2%로 높아졌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미국의 경제위기로 옮겨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OECD가 판단한 것이다.



남유럽의 어려움이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핵심 국가들로 전이될까 걱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유럽 외 지역의 경기 회복에도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비유럽 국가보다 더디긴 해도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OECD가 이번에 독일과 프랑스의 2010년 경제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소폭 상향 조정(독일 1.4%→1.9%, 프랑스 1.4%→1.7%)한 것도 미국의 경제회복에 따른 글로벌 경기 선순환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를 제외한 중북부 유럽은 어떨까. 이들은 남유럽보다 독일 경제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구조다. 따라서 유럽의 경제 회복세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도 걱정은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금융 쪽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OECD의 시각인 듯하다. 리먼 사태로 세계는 ‘정책 공조의 중요성’을 배웠다. 이게 당시와 지금의 차이다. 학습효과로 인해 이번에는 생각보다 빨리 7500억 유로에 이르는 금융지원과 미국-유럽 간 통화스와프 재개를 끌어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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