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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만 기억하는 세상 … “제품보다 브랜드를 팔아라”

중앙일보 2010.05.31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기업에 ‘브랜드’는 무엇일까. 막연한 생각이 들지만 이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례가 바로 미국의 인텔(Intel)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CPU)를 생산하는 인텔은 제품 홍보 전략을 짜는 데 골머리를 앓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제품 광고를 내보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델(Dell)과 같은 완제품 컴퓨터만을 떠올렸다. 그래서 인텔은 1990년부터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라는 브랜드 캠페인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소비자가 눈으로 직접 보기 힘든 제품이지만 활발한 브랜드 마케팅 덕분에 기업과 제품의 가치가 동시에 올라갔다.


기업들 ‘브랜드 알리기’ 전쟁

인텔은 지난해 광고 캠페인 ‘내일을 만듭니다(Sponsors of Tomorrow)’를 선보였다. 제품 광고보다 ‘브랜드’를 알리는 전략에 집중한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지난해 전 세계가 최악의 불황을 겪었지만 인텔은 ‘브랜드’ 광고비에만 6000만 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황기에도 광고를 해야 한다”는 인텔의 공동창업자인 고든 무어의 소신을 따른 것이라고 한다. 덕분에 인텔의 브랜드 가치는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하고 알리느냐가 기업의 핵심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브랜드(brand)’라는 단어는 ‘낙인찍다(burn)’는 의미의 고대 게르만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주인이 있는 가축이므로 절대로 손대지 말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처음 ‘브랜드’가 사용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제발 내 것에 손을 대 꼭 구매하라’는 메시지로 의미가 바뀐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다. 이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브랜드에 담긴 의미가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제품 자체’보다는 ‘고객의 인식’에 낙인을 찍는 ‘브랜드 경영’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의 인식에 낙인을 찍기 위해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해 BC카드는 세계 최초로 향기를 내는 카드를 내놨다. 고객은 ‘향기’라는 독특한 요소를 통해 자신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가치를 경험하게 됐다.



스토리텔링 역시 고객 인식으로 침투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다. SK텔레콤의 ‘생각대로 T’ 광고는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와 긍정의 힘을 담은 메시지를 이야기 형태로 풀어 고객의 공감대를 얻어냈다.



기업들은 ‘장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장수 브랜드는 결국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뜻한다. 강력한 브랜드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브랜드 경쟁력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춘선 한국생산성본부 상무(경영공학 박사)는 “고객의 50%는 로열티(충성도)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에 대해 20~25%의 비용을 더 지불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그래서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다만 브랜드를 구매할 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기업의 브랜드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소비자의 ‘판타지’를 노리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휴대전화 ‘애니콜’과 아파트 ‘래미안’의 브랜드 전략이 그렇다. 애니콜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폰’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래미안에 삽니다’ 광고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명품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판타지’에 빠지도록 만든다.



최근에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기업의 차원을 넘어 국가 브랜드와 결합하기도 한다.



국가브랜드위원회와 KOTRA가 지난달 발간한 ‘국가 및 산업 브랜드 맵 보고서’에 따르면 상품의 가격으로 평가한 한국 상품에 대한 브랜드 가치가 71.5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한 성능의 상품에 대해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 상품의 가치가 100달러라고 가정했을 때 한국 상품의 가치는 71.5달러로 평가된다는 의미다. 31개국 1만64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전년도보다 3.3달러 오른 수치다.



개별 기업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 평가도 나왔다. 삼성이 한국 브랜드임을 알고 있는 외국인은 전체의 59.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브랜드라고 답한 외국인이 25.9%였다. 중국 브랜드라고 답한 외국인도 10.4%였다. 삼성이 한국 브랜드임을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일수록 한국의 이미지와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량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기업 브랜드로 외국인들은 삼성, 현대, LG, 기아, 대우 순으로 꼽았다. <표 참조> 그런데 일부(1.3%)는 일본의 소니를 한국 기업으로 혼동하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김상묵 KOTRA 브랜드사업팀장은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기업 브랜드 이미지가 외국인들의 상품 선택에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글=강병철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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