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깊이읽기 BOOK] 종교·섹스·돈 … 코에서 끄집어낸 별별 이야기

중앙일보 2010.05.29 00:34 종합 25면 지면보기
 코

가브리엘 글레이저 지음

김경혜 옮김, 토트

240쪽, 1만3500원




‘냄새를 맡았다’는 말이 ‘알고 있다’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것은 우리말뿐이 아니다. 영어에도 “코는 알고 있다”는 표현이 있고, 프랑스 사람들은 어떤 이의 지성을 칭찬할 때 “그는 탁월한 코를 가졌어”라고 말한다고 한다. 코의 원초적인 힘을 되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책은 ‘코’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악취와 함께 해온 인류의 역사, 코의 질병과 문화, 향수와 방취제, 코 성형수술에 대한 이야기까지 망라했다



옛날사람들은 냄새를 ‘신’(神)과 연결시켰다. 악취와 분투하며 향기를 갈망해온 인류의 역사를 대변한다. 이슬람 사회에서 ‘악취=악’으로 인식되기도 했는데, 옛날 모로코에서는 방귀를 뀐다는 것은 악마와 관련된 행동으로 여겨져 방귀를 뀐 후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중세부터 19세기까지 유럽 대륙엔 쓰레기와 배설물, 동물의 사체에서 풍기는 ‘죽음의 악취’가 지배했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그라스에서 라벤더 등 허브를 재배하며 향수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부터였다. 코와 섹스의 긴밀한 관계도 흥미롭다. 상대의 성을 유혹하는 화학물질로 알려진 ‘페로몬’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활발한데, 일부 과학자들은 키스가 페로몬을 감지하기 위한 하나의 의식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지은이 가 탐구한 코는 “단순한 하나의 코”가 아니라, 삶의 기억과 매혹의 영역을 지배하고, 가장 세속적이면서 성스러운 영역까지 넘나드는 “신체의 일부”다. 냄새야말로 “인류를 지탱해준 생명줄”이었으며 “삶의 중심이자 인간다움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제 『The Nose: A Profile of Sex, Beauty, and Survival』.



이은주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