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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붉은 자본가] 스정룽 썬텍파워 회장

중앙일보 2010.05.29 00:01 주말섹션 12면 지면보기
스정룽이 호주로 유학을 떠난 건 1988년. 박사학위를 받고 호주의 한 에너지 회사 이사가 됐다. 주위에선 성공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그는 허전했다. 귀국을 결심했다. 2000년 그가 중국으로 갖고 들어온 창업자금은 40만 달러. 2008년 그의 재산은 28억 달러(약 3조800억원)로 평가됐다. 7000배가 불었다.


40만 달러로 창업, 10년 만에 28억 달러 부호로

“평범한 삶은 싫었다. 도전하고 싶었다.” 학자에서 기업인으로 변신, 10년 만에 세계 최대의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 제조사를 일군 스정룽(施正榮·47) 중국 썬텍파워 회장이 밝힌 창업의 변이다. ‘서울디지털포럼 2010’ 참가차 방한한 그를 워커힐 호텔에서 만났다.



글 = 유상철 기자, 사진 = 박종근 기자



●당신은 유학 성공 케이스다. 박사학위를 받았고 태양에너지전지 기술 발명 특허권이 10개나 있다. 또 호주의 태평양에너지전력회사의 기술이사가 됐다. 이 모든 걸 포기하고 귀국해 전혀 생소한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인가.



“변하고 싶었다. 내 마음은 늘 도전하고픈 욕구로 꿈틀거린다. 호주에서 내가 갖고 있던 별장 세 개는 모두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있었다. 아들 둘은 사립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호주에서의 이 같은 안락한 생활이 오히려 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미국으로 갈까도 생각했다. 마침 중국 정부가 해외 유학파에 대한 각종 우대 조치를 발표해 귀국을 결심하게 됐다.”



(변화는 그의 운명이란 생각이 든다. 원래 그의 성은 ‘스(施)’가 아닌 ‘천(陳)’이다. 1963년 2월 10일 장쑤성 양중(揚中)현 허핑(和平)촌의 두 집안에 아기가 태어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모두 슬픔에 잠긴다. 스씨 집안이 낳은 첫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숨졌다. 또 천씨는 쌍둥이를 낳았다. 이미 1남1녀가 있던 천씨 집안은 60년대 초의 대기근 속에 어떻게 아이를 키울지 한숨만 내쉰다. 이때 평소 친분이 있던 양가 할머니 간에 말이 오간다. 천씨가 낳은 쌍둥이 중 동생을 스씨 집안으로 보내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쌍둥이 동생은 강보에 싸인 채 스씨 집안으로 떠났고, 지금까지 스씨 성을 쓰고 있는 이가 바로 스정룽 회장이다.)



● 부인도 당신의 귀국 계획에 선뜻 동의했는가.



“집사람에겐 고생할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얘기했다. 유학하면서의 고생은 오로지 내 개인의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창업하면서의 고생은 직원들 전체의 ‘생존’을 위한 것으로 책임이 더 크다. 이에 따라 고생할 각오를 더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공부에선 성공했지만 사업에서도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었던 것 아닌가.



“공부와 사업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기업은 부단히 혁신(創新)을 요한다. 연구도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혁신을 요구한다. 또 공부와 사업 모두 난관을 돌파하는 신념이 필요하다.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연구가 사업에 비해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일 것이다. 공부는 한 분야를 파고들면 되지만 기업을 하기 위해선 전문적인 기술 외에도 시장이 무엇인지, 경영이 무엇인지, 또 인재와 자금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고려해야 할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러나 기업의 리더로 성공하기 위해선 필요한 게 하나 있다. ‘깨달음(悟)’이다. 책을 읽어도 깨달음이 없으면 헛 읽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영자가 부단히 깨닫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 리더는 외롭다. 자신의 고민을 부하 직원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다. 집사람 외엔 자기가 맞닥뜨린 고충을 달리 하소연할 대상이 없다. 스스로 고난을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깨달음이다.”



● 창업 초기 단돈 2만 위안(약 320만원)이 부족해 빚쟁이들이 생산설비를 차압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



“일을 하는 데 있어 어떻게 어려움이 없을 수 있는가. 호주로 유학을 갈 때도 그랬지만 귀국해 창업할 때 여러 차례의 좌절이 닥칠 것을 미리 각오했다. 기업을 하면서 순풍에 돛 단 듯이 배가 가기를 바라는 건 사치가 아닌가. 창업 초기 자금 압박이 심했다. 직원들 임금을 제때 주기가 어려웠고, 부품 공급상들에게도 제대로 돈을 지불하지 못했다. 2002년부터 3년 동안 나는 월급의 3분의 1만 받았다. 회사 리더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내가 회사에 책임지고 있다는 모습을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 창업 10년 만에 당신은 세계적인 회사를 일궈냈고 또 개인적으로도 억만장자가 됐다. 당신의 꿈은 이뤄졌는가.



“솔직히 돈이 많아졌다고 해서 내 자신의 생활은 변한 게 없다. 창업의 목표가 돈을 버는 데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내심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건 내가 중국에 하나의 산업을 새롭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막 귀국했을 때만 해도 태양에너지전지와 관련된 4개의 중국 업체가 거의 문 닫기 일보직전이었다. 썬텍파워가 뜨면서 다른 기업들도 재기하기 시작했고 이젠 세계적 기업이 됐다. 역사가 내게 맡긴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을 종종 느끼곤 하는데 이게 내겐 가장 큰 기쁨이기도 하다.”



●2008년 한국에 썬텍파워코리아라는 지사를 세웠는데 전망은. 또 한국과 중국 비즈니스는 어떻게 다른가.



“한국은 국토 면적이 넓지 않기 때문에 발전소를 지을 부지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태양에너지 사업전망은 대단히 밝다고 본다. 비즈니스는 중국보다 한국에서가 더 쉽다고 본다. 외국에선 우선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첫째로 보고 이어 브랜드, 가격 등을 따진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가격이 싸냐 비싸냐가 제일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고객과의 ‘관시(關系)’를 따진다. 제품의 경쟁력은 나중이다. 중국이 아직 이런 단계에 처해 있기 때문에 중국 비즈니스가 제일 어렵다고 볼 수 있다.”



● 당신의 성공에 자극받아 많은 해외 유학생이 귀국 창업을 꿈꾸고 있다. 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학업을 일찌감치 접고 창업을 꿈꾸는 학생이 많다. 그러나 창업이 곧 성공을 말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 실패한다. 우선 유학 전공 분야에서의 지식을 제대로 다지라고 권하고 싶다. 그 다음 유학하고 있는 국가의 문화, 사유 방식, 풍속을 배워야 한다. 특히 공부가 끝난 뒤 해당 국가의 회사에 취직할 것을 권한다. 그래야 그 사회의 우수한 자양분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다. 그런 기초를 확실히 쌓은 뒤 창업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 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은 누구인가.



“빌 게이츠를 꼽고 싶다. 기업가가 자기의 기술과 제품을 통해 인류의 생활방식 개선에 기여한다는 건 대단한 공헌이다. 게이츠는 자신의 인터넷 기술로 우리의 소통방식이나 생활방식을 바꿨다. 나는 공짜인 태양광과 돌을 이용해 세상 사람들에게 기여하고 싶다. 그래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부동산 투자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 사적인 질문을 하나 하겠다. 당신이 출생의 비밀을 안 건 언제인가. 정신적인 혼란은 어떻게 극복했나.



“5~6세 때 어렴풋이 알게 됐다. 그러나 두 집이 멀지 않았고 쌍둥이 형과 평소 같이 놀기도 했다. 양부모께서 워낙 사랑으로 대해 줘 방황기를 겪지는 않았다. 아마 내가 철이 일찍 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미국에서 유학한 형이 돌아와 현재 창업을 한다기에 내가 도와주고 있다.”



(그는 부모가 자신을 입양한 후 나중에 낳은 동생들의 사업도 현재 뒷바라지해 주고 있다.)



j 칵테일 >> 가까이서 본 스정룽



시원한 이마, 단아한 이미지. 그러나 눈은 매섭기 이를 데 없었다. 랴오닝성 창춘이공대학과 중국과학원상하이광학정밀기계연구소를 거쳐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에서 박사학위(태양전지 분야)를 받았다. 2000년 자신을 알아준 장쑤성 우시에 썬텍파워를 세웠고, 회사는 2005년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태양전지 업체로 부상했다. 그는 2007년 미국 타임지에 의해 세계의 환경보호 영웅으로 뽑혔으며, 2008년엔 영국 가디언지에 의해 ‘지구를 구할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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