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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Leadership] 비즈리더와의 차 한 잔 마에다 신조 일본 시세이도 사장

중앙일보 2010.05.29 00:01 주말섹션 10면 지면보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장품 회사는? 샤넬, 입생로랑…. 정답은 일본의 시세이도(資生堂)다. 1872년 도쿄의 한복판 긴자(銀座)에 설립된 일본 최초의 서양식 조제약국이 모체다. 13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세이도가 5년 전 충격에 휩싸였다. ‘마에다’라고 하는 말단 이사가 무려 위의 14명을 제치고 사장으로 발탁됐다. 진짜 충격은 그다음이었다. 마에다는 모든 기존 관념을 허물었다. 화장품 업계의 상식이던 ‘판매사원 목표치 할당제’를 폐지했다. 8명의 이사진 중 4명을 외부 출신으로, 부사장은 여성을 발탁했다. 전략도 기발했다. 미모의 일본 여배우 1위에서 6위까지 6명을 한 상품에 함께 투입했다. 파격이었다. 이 상품(샴푸 ‘쓰바키’) 하나로 시세이도는 샴푸 부문 4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시세이도는 아시아 지역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인 1위다. 전 세계적으로도 로레알, P&G와 더불어 세 손가락 안이다. 그래도 계속 새로운 도전이다. 20일 도쿄 시세이도 사옥에서 마에다 신조(前田新造·63) 사장을 만났다. 


“샴푸 광고에 톱 여배우 6명 넣었죠 … 파격 전략이 매출 1위로”

도쿄=김현기 특파원



j 칵테일 >> 시세이도 모델, 6인의 최고 미인



마에다 사장이 고안한 파격적인 시세이도의 샴푸 광고는 일본 광고업계에도 쇼크였다. 한 명 섭외하기도 벅찬 일본의 대표 여배우를 6명이나 동시에 동원하다니… .게다가 배경음악으로는 최고 인기그룹인 ‘스마프(SMAP)’의 노래를 썼다. 2006년 3월 시세이도의 심벌이기도 한 쓰바키(동백나무)의 이니셜을 그대로 브랜드명으로 쓴 샴푸 ‘TSUBAKI’는 이 광고의 대히트로 2006년 한 해만 180억 엔(약 1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7년 9월에는 새 시리즈 ‘화이트 TSUBAKI’를 선보였는데 이때도 기존 6명(다케우치 유코, 나카마 유키에, 히로스에 료코, 우에하라 다카코, 다나카 레이나, 미즈키 아리사) 중 2명을 빼고 2명(아오이 유, 스즈키 교카)을 새로 투입해 신 6인 체제로 전환했다. 이 광고에서 쓰인 카피 ‘일본 여성은… 아름답다’는 남성들 사이에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 ‘60% 속결주의’를 주창하시는데, 그게 뭔지요.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 성공 가능성이 60%가 되면, 그리고 찬성하는 사람이 60% 정도 되면 그 프로젝트를 일단 개시합니다. 일단 시작하고 나중에 조금씩 필요에 따라 궤도 수정을 합니다.”



● 마에다 식 속결주의인 셈인데, 제 개인적 느낌으로는 70% 정도는 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60이란 숫자는 ‘과반수보다 좀 더 있다’는 의미지요. 솔직히 거의 대부분의 의사결정이라는 게 50% 언저리에서 여러 고민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지만 실패한다는 보장도 없는, 뭐 그런 거죠. 하지만 전 60%만 되면 일단 앞으로 나아가고, 그리고 점차 100%에 가깝게 만들어 나가면 된다고 봅니다. 타이밍을 놓치는 것만큼 리더에게 나쁜 것은 없습니다. 예컨대 회의에 참석한 10명의 직원 중 6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했다고 했을 때 반대 쪽 4명을 끝까지 설득하는 데 시간을 소비하는 게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그는 사장 취임 후 100개 이상 있던 시세이도 내 브랜드 수를 21개로 줄였다. 선택과 집중이었다. 그리고 뷰티 컨설턴트(BC·판매사원)의 실적 할당 제도를 없앴다. 파격이었다. 당장 현장에선 난리가 났다. “목표치 할당을 안 하면 어느 판매사원이 물건을 많이 팔려고 애쓰겠느냐”는 하소연이 빗발쳤다. 하지만 마에다 사장은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오늘은 5만 엔어치를 팔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으로 판매사원의 머릿속이 가득 차 있으면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가 전달되겠습니까.”



● 당장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은 안 하셨나요.



“매장에서 고객에게 앙케이트 엽서를 돌려 반응을 점검했습니다. 이를 본사에서 접수했습니다. ‘두 번 다시 안 가겠다’거나 ‘무척 친절했다’ 등 여러 반응이 오더군요. 그리고 하루에 무려 1만 명의 판매사원 점수를 매겨 돌렸습니다. 만족도 수치뿐 아니라 ‘A라는 고객이 이런 불만을 했다’ ‘B라는 고객은 이런 걸 요청했다’ 등 자세히 알려 이해시켰습니다. 그것이 결국 매출 증가로 이어지더군요.”



● 골프장 캐디를 평가하는 것과 같군요.



“(웃음) 맞아요. 그런데 중요한 건 믿음입니다. 리더가 흔들리면 안됩니다. 이런 개혁작업에는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 그렇다면 ‘마에다 리더십’은 어떤 겁니까.



“리더십의 스타일은 제각각입니다. 난 리더십은 자론(自論), 즉 자신만의 논리가 깔려 있으면 된다고 직원들에게 늘 이야기합니다. 다만 철저하게 전 세계 리더들의 자세를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그런 다음 모두 일단 버리고 비우라 합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자신만의 ‘리더십 상(像)’을 구축하라고 합니다. 마에다 식 리더십을 말하자면… 글쎄요, 역시 ‘결단’과 ‘스피드’라 할 수 있겠죠.”



마에다 사장은 늘 직원들에게 “공부하라”고 외친다. 외치기만 하는 게 아니다. 아예 2007년에는 직장 내 대학을 만들었다. 여기서 철학, 문학 등 다양한 강좌를 가르친다. 인재 육성에 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회사 내의 사원을 경리, 재무, 선전, 홍보, 마케팅, 영업, 미래 경영간부의 7개 군으로 나눠 분야별로 필요한 강좌는 1년간 의무적으로 듣게 하기도 한다. 시세이도가 ‘쇼(書)세이도’란 별칭으로 불린 것도 이런 노력들 때문이다. 다소 짓궂은 질문을 하나 던졌다.



● 시세이도가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에서 1위라고 하는데, 왜 한국에서는 잘 안 되나요?



“한국은 일본 시장과 아주 닮았어요. 일단 자국 화장품이 강합니다. 태평양(화장품)이 대표적이죠. 또한 화장품과 미(美)에 대한 의식, 요구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그걸 만족시키기 위해선 각별한 마케팅과 가치창조가 필요합니다. 일단 한국 고객의 마음을 잡고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 직장생활을 하면서 좌절도 있었을 텐데요.



“제가 직접 제안해 출범한 시세이도의 독자 브랜드가 판매 저조로 결국 본사로 소환됐습니다. 저로선 충격이었습니다. 보직을 맡았지만 두 달가량 아무 것도 일이 주어지질 않았습니다. 사실상 실직 상태였습니다. 그때 회사를 그만두려 했을 때 한 상사가 전화를 걸어와 ‘술 한잔하자’고 하더군요. 그분은 같은 부서는 아니었지만 멀리서 저를 보시면서 ‘아, 저 친구가 이제 한계에 왔겠구나’라고 판단하고 전화를 준 겁니다. 술자리에 가서 그만두려 한다는 말을 꺼내기 전, 그분이 먼저 ‘그만두면 안 돼’라고 말하더군요. ‘아, 이렇게 부하가 갖고 있는 고민을 자신의 일처럼 함께 고민해 주는, 가슴이 따뜻한 상사가 계시는 곳에 더 있어야겠다’란 생각을 그때 했습니다. 적어도 회사에는 그런 상사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칵테일 >> “시세이도 사장 하려면 피부가 이 정도는 돼야”



인터뷰 중 궁금증 하나. “어떻게 하면 60대 중반에 저렇게 피부가 좋을 수 있을까.” 그리고 시세이도 사옥을 나오면서 내린 자체 결론. “음, 시세이도 사장 정도 하려면 피부가 저 정도는 돼야겠다.” 그는 피부 관리에 철저하다. 아침에 제일 먼저 면도 후 스킨로션을 바르고 모발제를 바른 다음, 그날 그날에 어울릴 법한 향수를 골라 뿌린다. 물론 모두 시세이도 제품이다. 새로 나온 제품은 일단 다 써 본다. 부인도 시세이도 한 길이다. 다만 샴푸와 린스만큼은 이 회사 저 회사 것을 다 써 본다. 그래서 마에다 사장의 자택 욕탕에는 온통 샴푸와 린스투성이다. 게이오대 사회학과 재학 시에는 경음악 밴드의 트롬본을 맡았다. 그의 좌우명은 ‘일순(一瞬·한순간)도, 일생(一生·한평생)도 아름답게’다. 한국 배우 중에는 최지우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한다. 열렬한 한식 팬으로, 특히 찌개 종류와 삼계탕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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