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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Insight] 창조학 명저『생각의 탄생』 루트번스타인 부부

중앙일보 2010.05.29 00:01 주말섹션 8면 지면보기
한 시간을 넘긴 인터뷰가 끝나고 사진 촬영 시간.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에서 청혼할 때처럼 환하게 웃어 달라는 주문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교수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로버트·미셸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1999년 『생각의 탄생(원제: Sparks of Genius)』을 내놓으며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들은 노벨상 수상자, 발명가, 과학자, 예술가 등 천재들의 생각하는 방식을 분석해 13개의 생각을 위한 도구를 찾아냈습니다. 천재들이 생각할 때 쓰는 일종의 공통된 수단인 셈인데요. 천재들의 전기, 편지 등 방대한 자료를 통해 이들의 창작 과정을 연구했지요.


과학자로 키우고 싶은가? 예술을 가르쳐라
예술가로 키우고 싶은가? 과학을 가르쳐라

이 도구는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 인식, 패턴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입니다. 13가지이다 보니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은데요. 일상생활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것이지만 지나쳐온 것들입니다.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 나온다고 주장합니다. 수동적으로 그냥 보는 게 아니라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예전에 많은 사람이 망치질을 했지만 그 소리를 유념해서 듣지 않았습니다. 쇠막대기건, 첼로의 현이건 간에 물체의 길이가 음의 높낮이와 관련이 있음을 맨 처음 알아낸 것은 대장장이의 망치질 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있던 피타고라스였습니다. 사람은 수없이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하늘이 왜 파란지에 대해선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의문을 가졌던 최초의 인물은 19세기 물리학자 존 틴들이었습니다. 그는 하늘의 색깔이 대기 중의 먼지나 다른 입자와 부딪쳐 산란하는 햇빛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어떤 사물의 모습을 상상 속에서 그려내는 형상화도 천재가 주로 쓰는 생각 도구인데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피아노 앞에서 실제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도 더 자주 머릿속으로 음악을 연습했다고 합니다. 파바로티는 “음악을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진처럼 그 곡을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말이죠.



체스 고수들은 패턴 인식의 대가라고 합니다. 컴퓨터 체스 게임은 각 수마다 가능한 수백만 가지의 조합으로 승산을 계산하도록 돼 있는데요, 체스 고수는 이와 달리 체스판에 배열된 말을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한답니다. 그래서 거기에서 특별한 전략이 나오는 것이고요. 이러한 능력은 유능한 군 지휘관도 갖고 있답니다. 패턴 인식을 연습하려면 조각 맞추기를 하면 되는데요. 나폴레옹이 퍼즐 게임의 중독자였답니다.



미셸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노는 것도 하나의 상상하는 도구”라며 “일을 잘하려면 노는 것도 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젓가락 행진곡도 러시아 작곡가인 알렉산드르 보로딘이 딸과 놀이로 피아노를 치는 과정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들은 생각의 도구가 모든 분야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학이든 예술이든 모든 해답은 동일한 창조행위를 통해서 구해진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인 아르망 트루소는 “모든 과학은 예술에 닿아 있다. 모든 예술에는 과학적인 측면이 있다.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과학분야에서 510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보통 과학자(영국왕립협회·미국국립과학원 회원 등)를 비교한 결과 노벨상 수상자가 보통 과학자보다 음악가가 될 가능성은 4배 이상, 소설가나 시인이 될 가능성은 25배 이상 높다는 통계가 나왔다고 분석합니다.






루트번스타인이 뜯어 본 천재들, 뭐가 달라도 달랐다



아인슈타인 “내 발견, 음악적 지각에서 비롯”

파바로티 “음악도 사진처럼 봐야 한다”








j 칵테일 >> 연애는 석학도 별다르지 않더라



동갑내기 부부인 로버트·미셸 루트번스타인은 1978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처음 만났다. 이곳에서 생리학과 역사학 박사 과정을 밟던 이들은 프랑스 역사 수업 때 알게 된 뒤 사랑에 빠졌다. 미셸은 “처음 보자마자 좋아하게 됐다”고 기억했다. 2년간 박사 과정에 있다가 미셸이 프랑스로 갔다. 프랑스 역사를 전공하는 미셸이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미셸은 로버트에게 “나를 보고 싶으면 프랑스에 와도 된다”는 말을 남긴 뒤 10개월 체류 일정으로 혼자 떠났다. 6개월간 참고 지내던 로버트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프랑스로 떠났다. 연인을 만난 미셸은 기쁜 마음에 로버트와 파리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노트르담 성당에 도착해 수많은 관광객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미셸은 유적지를 설명해 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로버트는 미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는 듯했다. 시간이 지나도 미셸의 설명은 뒷전이었다. 약간 언짢은 기분이 들려고 할 때 로버트가 한적한 곳으로 미셸을 데려갔다. 그리고 하는 말. “나와 결혼해 줘.” 로버트는 미셸에게 프러포즈할 만한 곳을 찾았던 것이다. 로버트는 “노트르담 성당은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처럼 사람이 매우 붐비는 곳이어서 한적한 장소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며 웃었다. 이들은 결혼 후 수십 년간 공동 저술과 강연 등에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칵테일 >> 예술 취미가 영감의 원천



예술 관련 취미가 있어야 창조적인 사람이 된다면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어떤 취미가 있을까. 미셸은 피아노를 20년 동안 연주해 왔다. 강연 등으로 일상이 바쁘지만 문학작품도 쓰고 뜨개질도 한다. 요즘 일본의 고전시에 푹 빠져 있다. 로버트는 10년 이상 첼로를 취미로 삼아왔다. 사진, 미술창작, 모형 만들기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취미다. 로버트는 “음악이 창조성을 이해하고 책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모자이크 관찰이나 플라스틱 모형 제작 같은 취미는 단백질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세포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수퍼컴퓨터를 쓰는 과학자보다 더 빨리 모델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의 연구실에 있는 제자 2명도 모두 음악 등 예술 관련 취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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