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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北에 한마디도 못해” “盧 목숨끊게 한 정치보복 심판”

중앙선데이 2010.05.23 03:58 167호 3면 지면보기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가 21일 안양시 석수동 한마음선원에서 선원을 찾은 신도들과 인사하고 있다. 안양=신인섭 기자
지방선거판이 뜨거워지고 있다. 여야 후보 간 경쟁에다 천안함 정국이 겹쳐서다. 여기에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다. 북풍(北風)과 노풍(盧風)이 격돌하는 형국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나면서 보수세력의 집결이 감지되고 있다고 여권은 보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22일 ‘안보 이슈’를 적극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야당은 은근히 노풍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열흘을 남겨 놓은 지방선거의 판도가 ‘불안심리’(야당 후보는 불안하다)를 부각하는 한나라당과 ‘불만심리’(선거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를 끌어내려는 야당의 격돌로 옮아 가고 있다.

6·2 지방선거 북풍-노풍이 충돌하다

21일 현장을 가 봤다.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지사 선거 현장이었다. 이날은 부처님오신날이었다. 이곳은 앞서고 있는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를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두 사람은 이날 사찰을 방문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열었다. 김 후보는 모두 7개 사찰을 돌았다. 하루 종일 사찰 일정뿐이었다. 하지만 유 후보는 남양주 봉선사를 찾은 뒤 오후에는 일산에서 거리 유세를 펼쳤다.

낮 12시30분, 안양시 석수동 한마음선원 입구, 김 후보가 차에서 내렸다. 예정보다 한 시간 늦었다. 차가 막힌 탓이다. 선원을 찾은 시민들에게 합장으로, 악수로 인사를 했다. 그는 ‘24박25일’ 민심 기행 중이다. 그래서 집에서 자지 않고 이날도 한 청소년쉼터에서 잤다. “뭐가 힘드냐”고 했더니 “잠이 부족하다”고 했다. 매일 거처를 옮기다 보니 잠들기도 쉽지 않을 게다. 주지인 혜원 스님을 만나서는 삼배를 했다. 스님이 만류했지만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꿋꿋이 삼배를 했다. 할머니 신도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날 때는 “전부 미인이시네요”라며 분위기를 돋우려 했다. 한 할머니와는 포옹도 했다. 그 할머니는 활짝 웃었다. 김 후보는 이날 그렇게 조용히 민심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선원에서 나오는 길에 “선거에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민심이 천심이고 그게 표심”이라고 했다.

야 4당 단일 후보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지사 후보가 21일 고양시 행신동 유세를 마치고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 고양=신인섭 기자
“투표용지는 종이로 만든 총알”
하지만 천안함 문제를 놓고는 날을 세웠다. 김 후보는 천안함이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선거보다 더 중요한 국가 안위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분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소행이라는) 모든 물증이 다 나왔고, 이것은 결국 정말 북한이 잘못한 거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안보 무능력’을 주장하는 유 후보의 천안함 발언에 대해서도 “저도 예전에 (유 후보와) 같은 동네(진보진영이란 의미) 출신이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비판보다는 정부를 비판하는데 이는 친북·반정부적인 태도다. 북한이 대표적으로 잘못하는 게 인권 문제다. 그런 것을 말해 북한을 자극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이런 것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후 2시30분, 일산 롯데백화점 앞 미관광장. 이곳에선 야 5당 합동 유세가 펼쳐지고 있었다. 최성 민주당 고양시장 후보,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먼저 자리를 잡고 유세를 펼쳤다. 영화배우 문성근씨도 보였다. 예정보다 늦게 유 후보가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은 유세차에 올라 함께 손을 들고 “민주개혁진영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그가 도착하자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지지자 50여 명이 “유시민” “유시민”을 연호하며 열광했다. 일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노란 손수건을 흔들었다. 연두색 셔츠를 입은 민주당 지지자들도 보였다. 찻길을 사이에 두고 지지자들은 유세차 건너편에 자리했다. 이동하는 시민들이 많은 길목이라 유세장은 북적거렸다.

마이크를 잡은 유 후보는 “이번 투표용지는 종이로 만들어진 총알이다. 이 용지로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하자”고 주장했다. 천안함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집권당 대표가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안 믿는다면 국민이 아니라고 하니 믿어 드리겠다. 하지만 믿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적의 잠수정이 서해에서 어뢰를 쏴 천안함을 두 동강 냈는데 그것도 몰랐고 도망가는 것도 잡지 못했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까지 저의 얘기는 국방부 발표가 진실이라고 가정할 경우 그렇다는 것”이라며 “만의 하나 이게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대통령과 정부가 발표한 것이라면 더 무서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합류한 22일 광명 유세에서 유 후보는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한 이 끔찍한 정치 보복을 심판해 달라”며 노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천안함 사건은 선거 향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이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 심판론이나 4대 강 이슈를 가라앉히면서 여당에 유리한 구도를 형성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안보를 선거에 이용한다는 역풍이 불면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23일)와 맞물려 노풍이 불 경우 선거 판도는 예측불허의 난타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북풍과 노풍의 격돌은 여야 지도부 유세에서 더욱 치열하게 나타났다. 특히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후 첫 주말인 데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행사가 충돌하면서 여야 모두 기선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천안함 문제를 적극 제기하며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이날 수도권에 머물며 유세전을 펼친 그는 “민주당과 야당이 허구한 날 대통령 사과해라, 책임지라고 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 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만 시비를 거는데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이 될 자격이 있느냐”고 공세를 폈다.

“안보 수호세력이냐 불안세력이냐”
나경원 서울선대위 공동위원장도 “대북 퍼주기를 해 어뢰로 되돌아온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며 “안보 수호세력에 투표할 것인지, 아니면 안보 불안세력에 투표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안보 이슈’를 통해 거세질 가능성이 큰 노풍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역풍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수도권 선거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오세훈·김문수 후보가 천안함 문제를 적극 부각하지 않는 대신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대를 메고 목소리를 높이는 구도를 짜고 있다. 이런 지도부와 후보의 역할 분담은 ‘북풍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20일 “천안함 문제를 선거 유세에 활용하지 않겠다. 그에 대한 발언은 자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 후보는 22일 학생·학부모와 타운미팅을 한 이후 금호동 금남시장, 마장동 축산물시장 등 민생 현장을 돌며 유세를 펼쳤다.

민주당도 대여 공세를 강화하면서 북한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자칫 ‘북한을 감싼다’는 이미지로 비치면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응해 북풍을 차단하겠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 같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인천 유세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만 무능한 줄 알았더니 안보도 무능해 국민 걱정이 태산”이라며 “그런데 안보 무능을 악용해 자신을 심판하고자 하는 국민의 중간평가를 무디게 하려 한다. 국가적 비극인 천안함 사건을 선거에 악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천안함 문제와 관련, 북한의 태도에 대해서도 처음 언급했다. 그는 “북한은 남북 관계 긴장을 조성하는 자극적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며 “남북 긴장이 조성되면 달러 값이 올라가고 주가가 떨어지고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다. 남북 당국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북한이 잇따라 과격한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야당은 다음 주 초로 예정돼 있는 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계기로 한반도에 긴장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호전세력 대 평화세력의 대결을 부각하는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해 한명숙(서울시장 후보)·유시민 후보 등은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 한·유 후보는 23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시민 추모문화제에도 참여한다.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봉하에는 가지 않고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추모문화제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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