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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기지 접근 → 잠항 추적 → 영해 침범 때 공격”

중앙선데이 2010.05.23 03:53 167호 4면 지면보기
한·미는 6월 중 서해에서 대규모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한다. 그러나 훈련은 훈련일 뿐 군사 대응이 아니다. 동·서해안을 지켰던 전직 잠수함 함장과 제독들은 ‘미지근한 조치’라고 비판한다. “북한에 압력이 되겠지만 대잠수함 훈련은 방어지 응징이 아니다”고 한다. 애초부터 공격 무기인 잠수함을 최대로 활용하는 군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인의 전·현직 함장과 해군 전단장으로부터 ‘필요한 군사 조치’를 들어봤다.

전·현직 함장과 해군 전단장 4인이 말하는 ‘북한 잠수함 퇴치 비법’

“함경북도에 있는 동해 마양도 북한 잠수함 기지와 서해 비파곶·순위도 기지 가까운 바다에 214급 손원일 잠수함을 투입, 북한 잠수함 동향을 감시하고 출동하면 추적해 공해나 한국 영내로 들어오는 즉시 공격하는 작전을 고려해야 한다.”

전직 함장이나 전단장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이들은 “북한의 대잠수함 방어 능력이 제로 수준이어서 마음대로 작전할 수 있다”며 “10여 년 동안 소극적 대응만 강요받다 보니 군이 적극적인 생각을 못 한다”고 비판했다. 209-장보고급 잠수함 함장을 지냈고 최근 전역한 김원수(가명)씨는 이렇게 말했다.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에 가장 적절한 군사적 대응은.
“우리 잠수함이 북한 잠수함 기지에 최대한 가깝게 접근해 기다리다 기지를 떠나 잠항하는 것을 추적한 뒤 공해나 우리 영해에서 공격하는 것이다.”

-위험하지 않겠나.
“북한의 대잠수함 방어 능력은 0점으로 보면 된다. 북한 해군이 우리를 잡을 능력은 없다. 우리의 능력을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다는 의미인가.
“잠수함은 원래 공격 무기다. 그런데 육군 중심의 합참 지휘부에서 잠수함을 잘 몰라 특성에 맞게 사용하지 못했다.”

-북한과 남한의 잠수함 능력을 비교해 보라.
“차로 비교하면 북한은 포니(1980년대 초 현대가 만든 승용차), 우리는 에쿠스다. 문제는 물속이라는 점이다. 포니라 해도 수중의 잠수함을 잡는 건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다. 거리를 재고 쫓아가 어뢰를 쏘는 것은 힘들다. 그렇게 마음대로 요리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크고 좋은 소나를 장착해야 하고 상당 시간 잠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보다 열 배는 성능이 향상돼야 한다.”

-그러면 공격을 어떻게 한다는 건가.
“그러니까 길목을 지키면 된다는 것이다. 잠수함은 대양에서 못 잡는다. 매복해 공격해야 한다. 북한 기지 앞에서 소나로 감시·추적하다가 우리 영해로 넘어오거나 하는 적당한 때 처리하면 된다. 공해의 깊은 바다나 우리 영해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북한이 무엇을 할 수 있겠나.”

-그래도 북한 해군의 강점이 있지 않겠나.
“96·98년 동해에 좌초된 북한 상어급·유고급 잠수함 현장 조사에 참여한 일이 있다. 무서운 애들이다. 이 잠수함들은 우리 기준으로는 아예 부두 출발 자체를 할 수 없는 배다. 그런데도 중요하고 어려운 작전을 했다. 시키면 그냥 한다. 정원 개념도 없다. 아무리 작은 잠수정이라도 20명씩 탄다. 우리 잠수함처럼 발 뻗고 못 자도 된다. 꼬부리고 앉아 잔다. 1식 3찬도 아니다. 미숫가루, 압착 강냉이로 때운다. 3~4일 그렇게 작전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배를 조사한 뒤 걱정이 돼 잠을 못 잤다. 그러니 우리 사고 방식으로 보면 아무 문제도 안 풀린다.”

김 전 함장의 제안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 한국 해군은 잠수함을 도입한 90년대 초반 북한 해역에 침투해 감시 임무를 수행하곤 했다고 전직 잠수함장들은 증언한다. 군사평론가 김병기(디펜스 타임스 주필)씨도 “잠수함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214급 잠수함은 잠항 시간이 다른 디젤잠수함에 비해 5~6 배나 길어 북한 잠수함 기지를 적극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지만 정치적 제약 때문에 이 능력이 잘 활용되지 못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한 군 관련 소식통은 “청와대와 해군이 지난 10년간 용기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는 해군 잠수함 사고 사례집에는 2000년대 이전 우리 잠수함이 북한 해역에서 작전을 벌이다 고장을 일으켰으나 무사히 빠져나온 기록이 있다고 했다.

잠수함 전단장과 방위사업청 차장을 지낸 김종민 한남대 객원교수도 “공해에서 북한 잠수함을 손보는 군사적 옵션을 국가가 선언적 의미로 갖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적 대안을 배제하지 않듯 우리도 군사적 대안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 한국의 209·214급 잠수함은 이를 실천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요는 정치적 의지 문제”라며 “국제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실제로 할 것인지는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 잠수함 기지 안쪽까지 들어갈 수도
익명을 요구한 현역 A함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기자의 요청에 따라 김 주필이 A함장을 인터뷰 했다. 그는 북한 잠수함 기지 감시를 동의하면서 “군사 보복을 결정한다면 훈련 나가는 북한 잠수함을 수심이 깊은 동해에서 은밀히 격침시키는 방법을 추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아군 잠수함 능력과 수량으로는 힘겨운 일”이라고 했다. 북한 잠수함 1척을 상시 감시하려면 3척이 필요한데 이를 할 수 있는 214급 잠수함이 현재 1척이기 때문이다. 1척은 취역 초기 잠수함으로 투입이 안 되며 1척은 막 건조돼 취역 준비 중이다.

장보고급 함장을 지낸 뒤 퇴역, 학계에 몸담고 있는 이상혁(가명)씨도 ‘북한 잠수
함 기지 감시와 추적·공격’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어떻게 북한을 겁줄 수 있나.
“능동적이며 공세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잠수함 기지와 잠수함 공격이 가장 좋다. 잠수함 잡는 게 잠수함이다. 마양도도 감시하려면 밖이 아닌 기지 안쪽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너무 위험하다. 또 영해 침범이다. 12해리 밖에서 해야 하지 않겠나.
“예를 들어 보겠다. 냉전 때 미국은 소련과 핵군축 협상을 했다. 그런데 소련이 적당히 하는 바람에 시간이 지나자 불균형이 생겼다. 미국은 잠수함 전력 증강으로 대응했다. 미군 잠수함들이 소련 잠수함 기지로 잠입했다. 불법 영해 침범이지만 했다. 항구 바닥에 착저한 뒤 통신 케이블을 도청했다. 모든 것을 다 들었다. 군축 테이블에 분석된 도청 자료를 들이밀어 꼼짝 못하게 했다. ”

-주한 미군과의 문제도 있다.
“과거엔 미군 연합사령관에 반드시 알려야 했지만 지금은 협조 개념이다.”

-북한이 알아내지 않겠나.
“이번 기습 공격으로 북의 능력이 대단한 것 같지만 실제론 북한의 우리 잠수함 방어 능력은 없다. 북한은 잠수함을 우리보다 일찍 63년부터 도입했지만 잠수함 대응 전략 개념 자체가 없다. 제대로 된 대잠함도 대잠 항공기도 없다.”

-그렇다면 왜 천안함이 당했나.
“옛 소련 장군이 제2차 세계대전 때의 해전 경험을 썼다. 그는 ‘잠수함 1척을 막기 위해 수상함 25척, 항공기 100대를 동원해야 했다’고 했다. 한·미 합동훈련 때도 잠수함의 작전 영역을 정해 주고 진입로와 떠오를 곳을 지정해 준다. 그래도 탐지를 못해 낸다. 포클랜드 전쟁 때 영국은 아르헨티나 잠수함 1척을 막으려고 많은 수상함과 항공기, 대잠함 2척을 동원했다. 그래도 못 잡고 어뢰를 세 발이나 맞았다. 영국은 어뢰를 200발 쐈지만 모두 수중 잡음을 쐈다. 그만큼 잠수함 탐지는 힘들다. 잠수함이 탐지되는 때는 사실상 잠망경을 올릴 때다. 파도가 찰랑거리는 높이 아래로 올리는데 탐지가 안 된다. 수상함이나 항공기가 소나로 탐지하면 오히려 오지 말라는 신호를 주는 셈이다.”

문제는 서해다. 깊은 동해로 나오는 북한 잠수함을 항구에 바짝 다가서 감시하고 위성이나 항공기가 지켜보면 어느 정도 추적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서해는 다르다. 바다가 얕아 잠수함 작전이 쉽지 않다. A함장은 “수심이 낮은 서해는 안전사고나 발각 위험이 크다”고 했다. 한국 해군 잠수함의 높이는 17m. 여기에 물 위에 뜬 배가 잠기는 깊이인 흘수를 고려해야 한다. 현존 선박의 최대 흘수는 25m. 따라서 잠수함과 배의 충돌을 피하려면 최소 깊이 42m가 필요하다. 여기에 잠수함이 바다 밑바닥에 닿지 않기 위한 최소 높이 4m가 있다. 수심이 적어도 50m 는 돼야 한다. 그런데 서해의 상당 해역의 깊이가 모자란다. A함장은 “어선과 상선의 항해가 빈번해 잠망경 올리기도 어렵다. 중국 잠수함의 활동도 많아 수중 충돌의 위험도 있다. 따라서 서해 작전은 제한적으로 한다”고 했다. 동해에서는 한국과 미국 잠수함은 운용 수심을 분리해 안전사고를 예방한다고 했다. 제한 조건을 고려한 과감한 작전이 필요한 것이다.

수심 얕은 서해는 무인잠수정 배치
이상혁씨는 서해 잠수함 작전의 어려움을 무인 잠수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서해 북한 잠수함 기지 인근이 40~50m 깊이라면 무인 잠수정을 투입해 감시·추적한 다음 동해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공격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군과 함께 위성·항공기 감시와 통신 감청을 병행하면 앞으로 침입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천안함 사태의 경우 북한 잠수함이 물속으로 들어가면 추적이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상어·연어급 잠수함을 끝까지 추적했어야 하는데 이를 못한 게 이번 해군 지휘부의 잘못”이라며 “앞으로는 북한 잠수함의 이탈 시 경계가 강화될 것이므로 다시 북에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주변 해역의 소나체계 강화 문제다. 정부는 백령도와 동해의 북방한계선(NLL) 주위에 해저 청음 소나망인 소수스(SOSUS)를 까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A함장은 “너무 엄청난 예산이 드는 일”이라고 했다. 김원수 전 함장도 “돈만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반도 주변 해역은 수중 소음이 아주 심하다. 동해에 잠항하면 시끄러워 탐지가 안 될 정도”라고 했다. 고래·돌고래·고등어·오징어 떼가 움직이는 소리가 너무 커 잠수 소음 같은 미세한 소리는 못 잡는다는 것이다. 이상혁씨도 “소수스를 설치해도 쌍끌이어선의 그물이나 태풍으로 끊어지며 유지·관리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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