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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한 검사들의 숨은 비결

중앙선데이 2010.05.23 03:21 167호 35면 지면보기
기자는 대학 시절 법률과 관련된 수업은 한 과목도 듣지 않았다. 사법고시를 공부하는 법학도들을 출세욕에 눈먼 사람으로 규정지었기 때문이다. 물론 젊은 시절의 단견이었다. 그런데 기자 생활의 첫 취재처가 ‘법조’였다. 10년 넘게 일하다 보니 검찰 인사철이 되면 검사들의 부침을 목격하게 된다. 잘 되는 검사도, 잘못 되는 검사도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사람들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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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개인 경험을 토대로 검사들의 성공비결을 곰곰 되짚어 본다. 경험칙상 검찰 선후배로부터 신망을 받는 검사들은 처신이 올발랐다. 대개 책을 가까이했다. 수사관을 비롯한 일반 직원들에게도 작은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기자들을 대할 때는 솔직했다. 한두 번의 고비는 겪었지만 지연과 학연에 관계없이 승진했다. 수사 능력이 기본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부서로 따지자면 특수부를 거쳐 간 검사들의 처신이 신중한 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과 검찰국장을 지낸 대검의 한 간부. 그는 자신이 먼저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꼭 필요한 자리가 아니면 아예 가질 않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업자와는 상종을 하지 않았다. 평검사 때 ‘국회의원 잡는 검사’로 통했던 A검사. 어찌된 일인지 부장검사급이 되면서 몇 년 동안 특수수사를 하는 자리에 가지 못했다. 수사 과정에서 윗사람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평가 때문이리라. 그가 구속한 정치권 인사 중 일부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그 후 A검사는 더욱더 처신에 조심한다. 자신도 모르게 원한을 사고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본능적으로 조심한다는 것이다.

강력부는 어떨까. 수사부서 가운데 가장 힘들면서, 가장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부서다. 조직폭력배와 마약·밀수사범들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검사는 선(線)을 지킨다. 룸살롱 근처에는 아예 가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은 검사도 있다. 하지만 조폭 범죄 정보 수집을 핑계로 정보원이나 유흥업소 업주와 어울려 룸살롱을 제집 드나들듯 출입하고 심지어 용돈까지 받아 쓰다가 조용히 옷을 벗은 검찰 간부도 있었다.
검사들이 유혹에 빠지기 쉬운 건 지방 근무 때다. 이번 ‘검사 스폰서’ 사건도 진주지청과 부산지검에 근무한 검사들이 대거 연루됐다. 부산 발령을 받으면 놀기 좋다고 해서 ‘천국에 간다’고 부러워하던 옛 시절의 대가인 셈이다. 지난해 터진 박연차 사건의 주무대도 부산과 김해였고,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구속된 혐의도 부산발 비리 수사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특수부 검사가 처신을 잘 하고 강력부·형사부 검사들이 위험하다는 건 아니다. 부서가 어디든 검사 개개인의 자질과 노력이 중요하다. 검찰은 권력기관이다. 사방에 적이 많다. 틈만 보이면 견제가 쏟아진다. 검찰이 스폰서 파동으로 위기를 맞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엔 이보다 더 큰일도 많았다. 진형구 검사장의 취중 발언으로 시작된 1998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은 검찰에서 낮술이 사라지는 계기가 됐다. 아름다운 전통으로 여겨졌던 전별금 관행도 ‘관폐’로 낙인찍혀 사라졌다. 이제 우리 사회는 대가성 없는 술과 밥도 안 된다는 잣대를 요구하고 있다. 검찰 조직이 바로 서려면 검사들부터 깨끗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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