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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앞에선 왜 작아지나

중앙선데이 2010.05.23 03:11 167호 15면 지면보기
“그토록 꿈꿔왔던 바로 그 순간, 하필 제 물건이 꿈쩍도 않는 겁니다.”
남성들 중에는 평소엔 멀쩡하다가 막상 맘에 드는 여성과 성행위 시 발기가 되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꽤 있다. 한마디로 거사를 제대로 치르려는 데서 부담과 긴장감이 부정적인 신체 반응을 일으켜 성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이다.

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는 비슷한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발렌시아 대학팀의 연구에 따르면 미녀와 함께 있는 과정에 남성의 체내에서는 코티졸(cortisol)이 대량 분비돼 신체 반응에 적신호가 켜진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보고됐다. 연구팀은 84명의 남성을 각각 미녀와 함께 독방에서 일대일로 대면시키고 함께 퍼즐 게임을 하게 했다. 게임 후 남성들의 혈중 코티졸 수치를 체크했더니 급격히 증가해 있었다. 반면 평범한 여성과 게임을 한 남성들은 코티졸 수치에 큰 변화가 없었다.

코티졸은 신장의 부속기관인 부신에서 분비되는 위기관리 호르몬으로, 흔히 심신의 스트레스 상태에서 상승한다. 코티졸은 위기에 대항해 몸이 최대한 에너지를 낼 수 있도록 혈압을 올리고 포도당 수치를 높인다. 해당 실험에서는 상대 미녀에게 호감을 얻으려는 남성의 구애 본능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해서 미인 곁에서 즐겁기보다는 위기에 빠진 것과 유사한 심신의 반응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해당 연구를 두고 ‘미인의 아내를 얻으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식의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남성이 미녀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것은 초기의 구애 과정에 해당되는 일이다. 상대 여성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게 되면 위기감이나 스트레스는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남성이 상대 여성에 심한 열등감을 느낀다든지, 여성이 지속적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남성의 무능이나 실수에 비난을 일삼는 경우 남성의 위기반응은 지속될 수 있다.

특히 성관계에 있어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수행 불안이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고 코티졸과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증가시켜 발기를 막는데 이것이 반복되면 심인성 발기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다. 복상사가 새로운 상대와 외도 시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것도 코티졸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심장 부담과 관련 있다.

하지만 코티졸의 상승 현상 중 더 흔하고 무서운 것은 바로 만성 스트레스에 따른 것이다. 일과 관련된 수많은 위기의식이 코티졸의 만성적인 증가를 일으켜 성 반응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건강도 해친다.

일에 찌들고 스트레스 받은 남편의 성기능은 영양식품을 보충한다고 돌아오는 게 아니다. 스트레스 요인과 성기능에 악영향을 주는 신체 상태의 교정이 치료의 시작이다. 일에서 적절히 휴식하는 습관, 신체 밸런스를 되찾는 운동, 코티졸의 상승에 따른 만성 성인병 위험의 관리도 필요하다.

남편이 성욕이나 발기기능에 문제가 있는데 횟수를 체크하며 화를 내는 것은 아내로서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게다가 성기능이 위축된 남편에 대해 사랑이 식은 것 아니냐며 몰아세우기만 하는 아내는 남편의 몸에 코티졸의 분비만 더욱 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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