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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반죽 때 쌀찹쌀가루 넣으면 소화 잘 돼

중앙선데이 2010.05.23 03:10 167호 15면 지면보기
한국의 밀 자급률은 1985년 0.5% 로 떨어진 이후 25년째 1%를 밑돌고 있다. 70년만 해도 밀의 자급률은 15.9%였다. 그때는 쌀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밀을 수매했었다. 이후 값싼 수입밀에 밀리고 84년에는 정부가 수매마저 중단하자 농가에서는 밀을 외면해 버렸다.그러다 최근 들어 밀을 재배하는 농가가 조금씩 늘고 있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흔히 밀을 서양인의 주식으로만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우리와 밀의 인연도 깊다. 한반도에 밀이 들어온 시기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사’ ‘고려도경’ 등엔 “(밀로 만든) 국수는 고급음식이고 절에서 국수를 만들어 팔았다”는 기록이 있다.

요즘도 밀은 쌀 다음으로 많이 섭취하는 제2의 식량이다. 연간 1인당 33.7㎏(2008년, 같은 해 쌀 소비량 75.8㎏)을 소비한다. 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경작될 뿐 아니라 국제 거래량 규모도 최대인 곡물이다.

국내에서 밀은 90% 이상이 밀가루 형태로 소비된다. 밀가루는 면(국수)·빵·과자·간장·된장 등 다양한 식품의 재료가 된다. 밀가루는 글루텐 함량에 따라 강력분(13% 이상, 제과·제빵용)·중력분(10∼13%, 가락국수 등 면류용)·박력분(8% 이하, 과자·만두·카스텔라·튀김·조리·양조용)으로 나뉜다. 셋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것은 중력분이다. 우리 국민이 빵보다 면을 선호해서다. 글루텐은 밀 단백질이다. 밀가루와 물을 섞어 반죽하면 점성이 생기는 것은 글루텐 덕분이다. 만약 글루텐이 없다면 밀가루는 흐트러져 빵이나 면을 만들 수 없다 (국립식량과학원 김정곤 박사).

글루텐은 일부 민감한 사람에게 알레르기나 셀리악병(심한 위장질환)을 일으킨다. 최근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병원 연구팀이 ‘미국 위장관학저널’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생후 6개월 전인 아기가 글루텐이 든 식품을 섭취하면 2세 무렵이 됐을 때 변비가 생길 위험이 매우 높았다.

영양적으로 밀은 몇 가지 약점이 있다. 첫째, 피와 살이 되는 단백질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지만 그 질이 떨어진다. 밀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단백가(단백질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는 57(밀가루 41)로 쌀(73)보다 낮다. 빵·과자 등을 만들 때 계란·우유 등 동물성 단백질 식품이나 콩가루(식물성 단백질 식품) 등 다른 곡물 가루를 첨가하면 밀의 단백가를 높일 수 있다. 우리 조상이 밀가루 반죽에 콩가루 등 다양한 부재료를 넣은 것은 생활의 지혜다.

둘째, 열량이 꽤 높다. 100g당 열량이 376㎉로 백미(372㎉)와 차이가 없다.
셋째,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질 수 있다. 밀가루만으로 제조한 면을 먹고 소화 불량을 경험했다면 쌀가루·찹쌀가루 등 다른 곡류가루를 함께 넣어 면을 만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백미보다 현미가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은 상식이 돼 버렸다. 마찬가지로 밀가루보다는 통밀·밀기울·밀배아 등 거칠고 덜 도정된 것이 건강에 훨씬 유익하다. 통밀을 그대로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밀 제분의 부산물로 나오는 밀기울(껍질 부분)은 너무 거칠어서 과거엔 위·장 건강에 나쁘다고 여겼었다. 그래서 지금도 가축의 사료로 널리 사용한다. 그러나 최근 서양에선 ‘밀기울은 변비 예방, 귀리기울은 콜레스테롤 개선’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밀의 씨눈, 즉 밀배아엔 ‘회춘 비타민’이자 ‘항산화 비타민’(유해산소 제거)으로 알려진 비타민 E(토코페롤)가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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