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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100명 사이에서 뛰는 그녀들, 진짜 예쁜 프로들

중앙선데이 2010.05.23 03:06 167호 16면 지면보기
현장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장유례 SBS 아나운서.
지난주 중앙SUNDAY 스포츠면 톱기사는 ‘프로야구를 습격한 미녀들’이었다. 금녀의 땅이었던 야구장에 등장한 여성 아나운서들이 온갖 어려움을 겪고, 그걸 이겨내는 과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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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담당 기자이기에 여성들을 취재한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좀 놀란 일도 있었다. 지난 14일 출근해 보니 새벽 5시47분에 e-메일 한 통이 와 있었다. 전날 장유례 SBS 스포츠 아나운서에게 사진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답장이 도착한 것이다. 지방 출장 중이었던 그녀는 야간경기를 마치고 새벽 서울에 도착해 사진을 뒤져 보냈다. 지방 출장을 갔다가 야간에 이동하는 일에 익숙한 야구기자에게도 새벽 일은 참 힘들다. 그런 와중에 동틀 녘 사진을 보내준 것이 고맙고, 또 미안했다.

다른 아나운서들도 비슷했다. 마땅한 사진이 없는 경우에도 빠짐없이 보내줬다. 9명의 사진을 모두 싣느라 사진 크기가 작거나 화질이 나쁘면 다시 보내달라고 했는데 모두 응해줬다. 귀찮기도 했을 것이고, 다른 이와 비교되는 느낌도 들었을 텐데도 그렇게 해줬다.

굳이 야구에 비교하자면, 그녀들은 프로 1~2년생이다. 얼마 전까지 대학생이었고, 현장에 나가기 전엔 도루가 뭔지도 대부분 몰랐다. 그러나 그라운드를 누비다 보니 어엿한 프로가 됐다. 그 과정을 모르지 않기에 더 고마웠다.

야구장엔 선수단, 구단 직원, 취재ㆍ중계진 등 남자 100여 명이 우글거린다. 여성들로선 그 사이를 오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뒤에서 그녀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수군거림이 있고, 사석에서 만나기는커녕 인터뷰도 해본 적이 없는 선수와 스캔들이 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에서는 그녀들을 놓고 매일 논쟁을 벌인다. 누가 더 예쁘다느니, 누구는 성형수술을 한 것 같다느니, 누구는 야구를 모른다느니, 누가 오면 응원팀이 진다느니…. 칭찬보다는 경계 내지 야유가 더 많다. 예쁜 그녀들이 있기엔 거친 곳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씩씩하다. 자정이 돼서야 일을 마친 뒤 늦은 야식을 먹는다. 시즌 중에는 절반 가까이 이상 지방에서 생활한다. 이지윤 KBS N 스포츠 아나운서는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전 경기를 따라다니고 있다. 그녀들은 다이어트도, 데이트도 어렵다. 아플 때 병원이라도 갈 짬이 있으면 다행이다.

예쁜 척할 수도 없다. 외모나 옷차림을 두고 말이 많을뿐더러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보다 튀었다간 팬들의 원성을 사기 십상이다. 김민아 MBC ESPN 아나운서는 “우리는 야구를 빛내기 위해 있는 사람들이다. 야구가 화제가 되고 야구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면서 “야구장에서 시선을 받는 것보다 한 식구로 대해줄 때가 좋다”고 말했다.

프로는 정글이다. 설렁설렁 걷고 생글생글 웃는 선수들도 경쟁이 시작되면 냉정해지고 독해진다. 야구장의 여성들 또한 그들을 닮아가고 있다. 여릴 것 같지만 강한, 그녀들은 예쁜 척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쁜 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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