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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

중앙선데이 2010.05.23 02:45 167호 30면 지면보기
캐나다는 주요 20개국(G20) 이전의 글로벌 파워하우스인 G7 국가 중 하나다. 여느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우주·항공, IT, 의약, 서비스산업 등이 골고루 발달돼 있다. 미국·일본 등 여타 선진국과 차이가 있다면 제조업 발달이 상대적으로 더디고 대신 산림업·수산업 등이 강하다는 정도다. 예를 들어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전 세계 신문제지의 50% 가까이를 생산한다. 나무만 팔아도 전 국민이 아무 하는 일 없이 200년 넘게 먹고살 수 있다니 축복받은 땅임에 틀림없다.

김우진의 캐나다 통신

한편 컨벤션, 음식·숙박, 관광 비즈니스 등이 서부 해안도시를 중심으로 번창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키리조트 단지 휘슬러(Whistler)나 캐나디언 로키산맥의 명소 밴프(Banff)에는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있는 그대로’를 표방하는 캐나다 관광 비즈니스가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시대정신과 맞물려 제철을 만난 느낌이다.

캐나다를 여행하다 보면 한 가지 특징적인 점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추어적 시각에서 보더라도 장사하기 그만인 명당자리에 가게가 보이질 않는다. 가뭄에 콩 나듯이 자그마한 쇼핑몰이 형성돼 있을 뿐이다. 대박 자리를 그대로 놀리는 까닭은 눈앞의 이익 못지않게 다음 세대에게 먹을거리를 남겨주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한마디로 서비스산업 성장과 자연환경 보호 간의 딜레마를 국민은 이해하고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나 국도 주변에는 과연 장사가 될까 할 정도로 식당·구멍가게·주유소 등이 몰려 있다. 자연훼손까지 하면서 덩그러니 있는 걸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까지 든다. 관광지역 내 명산은 말할 나위도 없고, 대도시 근교나 동네 야산 자락까지도 등산객을 유혹하는 업소가 즐비하다. 문제는 이들이 영세하고 생산성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과당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생계형 서비스산업 종사자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들은 마지막 보루인 집마저 주택담보대출로 까먹고 있으면서 비즈니스 자체에서는 수익이 생기지 않는, 즉 시간이 경과하면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노정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은 우리의 주력 업종이 아니다. 아직 선진국 문턱을 넘나드는 수준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이 중에서 법률·의료·교육 분야는 개방을 전제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 분야는 이미 국경과 업종 간 구분이 무너지고 있어 금융회사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 알아서 열심이다. 반면에 도소매, 숙박·음식업 등과 같이 갈 길이 요원한 서비스산업도 있다. 아니 빈사 상태라 해야 맞는 표현일지 모른다. 이들 업종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 육성 의지조차 의구심이 들 정도다.

서비스산업의 구조조정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일부에서는 구조조정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반문한다. 규모의 대형화, 비정규직의 확대, 여성 종사자 수의 과반수 초과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성장이나 구조변화(structural change)의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속도뿐만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왜 구조조정을 하는지, 어떤 식으로 미래의 서비스산업 모습을 그려갈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2005년 노무현 정권 시절에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이 발표됐다. 시시비비를 떠나 이를 기억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냥 둬도 경쟁력을 갖춰나갈 모범생보다는 사회적 약자가 몰려 있고 저생산성에 허덕이는 업종, 즉 영세 서비스산업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소득의 양극화 현상도 완화하고 진정한 복지국가의 달성도 가능할 것이다. 다양한 금융지원 수단도 좋지만 영세 자영업자의 실질적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깨진 독에 물 붓기다. 선심성 행정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들의 자생력이 회복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신용공급의 확대는 이들의 사업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에게는 모르핀 주사에 불과하다.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유네스코 선정 세계 10대 절경에 속하는 캐나다 로키 산맥의 자랑이다. 영국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 공주 루이스 앨버타(Alberta)를 따라 지었다. 레이크 루이스는 빅토리아 산을 고즈넉이 비춘다. 딸을 걱정하는 여왕의 눈물이 협곡을 이루고 마침내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처럼 진정성은 빛을 발하는 법이다.

국내 최대 재벌의 계열 금융사 상장이 화제다. 구주(舊株) 매각 과정에 20조원의 청약자금이 몰렸다니 해당 그룹은 대단한 인기에 몸 둘 바를 모를 것 같다. 그런 기대를 바탕으로 서비스산업 선진화에 자신의 역할은 없을까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산업 합리화 정책은 당연히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창조적 경영을 통해 모범사례(best practice)를 만들어 주어야만,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서비스산업 구조조정이 연착륙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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