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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쓸면 끝장' 쌍끌이 어선의 '끈질긴 투혼'

중앙일보 2010.05.20 15:51
인포그래픽=박경민 기자
천안함 사건의 ‘스모킹 건(smoking gunㆍ결정적 증거)’, 어뢰 잔해를 건져올린 건 쌍끌이 어선 대청호였다. 군함이나 해경 수색정도 찾지 못한 증거를 어업용 배가 찾아낸 것이다.



이번에 투입된 대청호(11·12호)는 한척이 135톤인 대형 쌍끌이 어선이다. 두 척의 배가 하나의 대형 그물을 던져 바닥을 훑는다고 해서 쌍끌이로 불린다. 그물을 깊이 던져 바닥을 긁는(저인망) 조업 방식으로 조류나 수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민군합동조사단이 쌍끌이 어선을 투입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윤종성 합조단 과학수사분과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조류나 수심 등 제한이 있어 많은 고민 끝에 국내외 사례를 수집하다 공군에서 전투기 추락하면 동해ㆍ서해안에서 쌍끌이 이용했다는 것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해안에서는 372m, 서해안 45m에서 쌍끌이 어선으로 대부분의 정보 수집해 냈다는 사실을 알았고 수소문해서 쌍끌이 어선을 구했다"고 말했다.



쌍끌이 어선의 활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에 투입된 대청 11ㆍ12호는 지난 2006년 포항 앞바다에 추락한 F15K 전투기의 비행기록장치를 인양한 바 있다. 또 2007년엔 전북 어청도 서쪽 바다에 추락한 F16K 전투기의 잔해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쌍끌이 어선을 보유한 금양수산 윤도헌(49) 사무장은 “쌍끌이로 바닥을 한번 쓸면 웬만한 것들은 다 걸려올라 온다”며 “수색에 적합해 해양 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색 작업에 동원된 쌍끌이 어선은 어망을 특수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가로 50m, 세로 40m보다 작은 가로 25m, 세로 15m의 그물을 새로 만든 것이다. 면적은 작지만 그물 간격은 훨씬 촘촘하다. 그물 코 간격은 5㎜로 평소 간격(5~6㎝)의 10분의 1 수준으로 좁혔다. 아무리 작은 증거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물망도 더 두껍고 질기다. 선주 김철안(51) 씨는 “기존 그물은 120가닥으로 실을 꼬지만 새로 만든 그물망은 420가닥으로 꼬아 질기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물 끝에 매다는 쇳덩어리의 무게도 500㎏에서 3천㎏으로 늘려 조류에 쉽게 휩쓸리지 않게 했다. 지난 4월 천안함 수색을 돕다 사고를 당한 금양98호 등 쌍끌이 어선 6척은 그물이 조류에 엉키고 찢겨 돌아왔다.

선장과 선원들의 노력도 필사적이었다. 대청호 선장 김남식 씨는 “보통 하루에 서너번 조업을 나가는데, 수색은 하루에 여덟 번까지도 나갔다”고 했다. 천안함 사건에 투입된 쌍끌이 어선의 잇따른 성과에 네티즌 뽀그르 씨는 “훈장은 쌍끌이 어선에 줘야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박정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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