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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부가 북·미 양자대화 막았나…

중앙일보 2010.05.20 03:00 종합 4면 지면보기
미국과 북한은 지난 3월 26일 천안함 사건 발생 직전 북·미 양자회담 및 (예비) 6자회담의 연쇄 개최에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미를 위한 비자 발급 준비에 들어갔으나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무산됐다고 외교 소식통이 19일 전했다.


김계관 비자, 발급 직전 ‘천안함’으로 무산

소식통은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해오던 북한이 지난 3월 들어 ‘북·미 양자회담이 이뤄지면 이는 6자회담으로 연결될 것’이란 뜻을 미국 측에 밝히고, 미국도 그동안 북한에 요구해온 ‘비핵화 과정에 추동력을 주는 조치’를 (예비) 6자회담 뒤에 해도 된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북·미가 미국에서 양자회담을 갖기로 사실상 합의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소식통은 “이에 따라 미국은 3월 말 또는 4월 초 김계관 부상에게 비자를 발급하기로 하고 준비에 들어갔으나, 불과 수일 만인 26일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프로세스가 전면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초기엔 천안함 침몰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만큼 미국은 북·미 양자회담 옵션을 완전히 버리지 않고 상황을 주시했다”며 “그러나 사건 발생 2주 뒤쯤 북한 소행임이 분명해지자 미국은 한국의 ‘선 천안함, 후 6자회담’ 기조에 동의해 북·미 양자회담 방침을 접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2월 말 베이징과 뉴욕의 북·미 채널을 통해 김계관 부상의 비자 발급 신청서를 미국에 공식 제출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성 김 미 북핵특사는 천안함 사건으로 양자회담 및 예비 6자회담 프로세스가 무산된 데 실망했지만, 한국의 ‘선 천안함, 후 6자회담’ 방침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도 “천안함 사건 직전까지 중국이 북·미 양자회담→예비 6자회담→6자 본회담의 3단계 안을 제시하며 아주 적극적인 중재를 펼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확실한 모멘텀이 생겼다고 모든 회담 참가국이 확신하던 상태였다”며 “바로 그 순간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회담재개를 향해 긍정적으로 진행되던 상황이 확 뒤집혔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 같은 급작스러운 반전은 북·미 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바라지 않던 북한 군부 등 북한 내 강경파가 외무성 등 협상파를 누르고 천안함 사건을 일으키면서 정책의 주도권을 잡았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케 한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천안함 사건으로 한·미와 북한 간의 대치가 장기화될 것이 분명해 6자회담은 올해 하반기에도 재개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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