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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표기된 북한 어뢰는 2007년 수출용으로 개발

중앙일보 2010.05.20 02:01 종합 3면 지면보기
천안함 침몰 해역에서 건진 어뢰 추진장치에 쓰인 글씨가 이번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을 밝힐 결정적 단서(smoking gun)가 될 전망이다. 추진동력을 내는 추진장치(rotor)는 어뢰의 꽁무니에 달린 부품으로 프로펠러와 기어, 구동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구동축에 ‘1번’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1번’의 표기를 두고 어뢰 부품을 북한제로 결론 내린 것은 우리 군이 보관 중인 북한군 훈련용 경어뢰와의 비교를 통해서다. 이 경어뢰의 같은 부위에 쓰여 있는 표기와 비교 분석한 결과 조합이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전언이다. 훈련용 경어뢰의 같은 부위에는 ‘4호’로 표기돼 있다고 한다. 한글을 쓴 데다 이런 식으로 표기하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제 어뢰라는 점을 밝혀내기가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뢰 파편서 ‘1번’ 글자 발견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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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산하는 어뢰는 표기 방식이 북한과 완전히 다르다. 군 관계자는 “한국군은 어뢰의 일련번호를 몸체와 모터(추진장치) 날개에 ‘09-01’식으로 숫자로만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련번호의 ‘09-01’ 가운데 ‘09’는 2009년에 생산했다는 의미다. ‘01’은 2009년에 첫 번째 생산됐다는 뜻이다. 연간 생산되는 어뢰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련번호가 단순하다는 것이다. 또 어뢰의 탄두에는 ‘한국산-123-456’식의 표기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표기 가운데 ‘한국산’은 탄두를 생산한 회사와 공장의 한글 명칭이다. 뒤이어진 ‘123’은 탄종, ‘456’은 생산된 로트 번호다. 다른 부품도 부위마다 정비를 위해 일련번호를 새겨놓는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국제적인 검증을 요구하면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추진장치가 장착된 프로펠러는 누가 봐도 어뢰의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어뢰의 프로펠러는 추진력을 높이고 안정된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해 두 개로 구성돼 있다. 이 두 개의 프로펠러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해 어뢰가 똑바로 가도록 한다.



이에 앞서 합조단은 어뢰의 꽁무니에 부착된 추진장치는 어뢰가 폭발해도 완전히 파괴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쌍끌이 어선을 동원해 막판 수거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던 중 지난 주말 펄 속에 묻혀 있는 추진장치 뭉치가 쌍끌이 어선의 갈고리에 걸린 것이다. 합조단은 거의 온전한 형태로 어뢰 뒷부분을 확보했다는 전언이다.



합조단은 조사 결과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의 어뢰는 북한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새로운 모델로 보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어뢰 파편에 ‘1번’으로 적힌 것은 북한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의미”라며 “중국의 ‘어(魚)-3G’를 모방했다면 이와 유사한 표현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 어뢰는 북한이 2007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남미 국가들에 돌린 무기 카탈로그 속에 잠수함과 함께 들어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군 정보기관은 북한이 독일제 어뢰를 모방해 이 어뢰를 개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신형 어뢰는 타격 목표 함정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스스로 찾아가는 방식이어서 수동어뢰로 불린다. 함정 등 표적 가까이 가서 폭발한다. 사거리 12~14㎞로, 속력은 초당 12~14m에 이른다. 합조단은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 어뢰의 탄두도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250㎏급으로 추정했다. 1200t급 초계함을 두 동강 내기에 충분한 폭발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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