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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중 대리등록 … “여행 떠난 후보도”

중앙일보 2010.05.20 01:52 종합 8면 지면보기
19일 전주시 효자동 교차로에서 교육의원에 출마한 후보가 수행원과 함께 1970년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에 처음 도입돼 생소한 ‘교육의원’ 후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교복을 입었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
19일 서울 종로에서 만난 회사원 박성덕(38)씨는 ‘다음 달 2일 지방선거에서 교육의원을 선출한다는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교육의원이 뭐냐”고 되물었다. 그는 “여덟 차례 기표한다는 사실은 들었는데 교육의원까지 뽑는지는 잘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내에서 만난 다른 시민들도 대부분 비슷한 대답이었다.


교육의원 ‘로또 선거’ 백태

이처럼 교육의원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지와 무관심이 심화되면서 교육의원 선거를 둘러싼 갖가지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구속 중에 대리인을 내세워 출마하는가 하면, 후보 등록만 해 놓고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까지 있다.



서울 지역 한 선거구에 교육의원으로 출마한 A씨(67)는 지난 일주일간 구치소에서 선거 전략을 짰다.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된 탓이다. 같은 선거구에 출마한 경쟁 후보에게 “내가 당선되면 서울시 산하기관의 국장 자리를 주겠다”며 사퇴를 종용한 혐의였다. 발이 묶인 A씨는 급기야 대리인을 내세워 14일 후보 등록을 했다. 18일 법원의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A씨는 “음해로 억울하게 구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그가 선거법을 위반한 것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의원도 교육감처럼 정당 공천을 받지 않아 투표용지에 이름만 적힌다. 이미 주사위 추첨을 통해 이름이 적히는 순서도 정했다. 유권자들이 잘 모르는 만큼 순번만 잘 뽑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이른바 ‘로또 선거’에 기대는 후보가 많다.



교육의원 8명을 뽑는 서울 지역에선 43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8대 1(도봉·노원·중랑 제3선거구)이나 된다. 일부에선 “어차피 ‘로또 선거’라 후보 등록만 해 놓고 선거운동도 안 하고 투표날만 기다리거나 여행을 간 후보도 있다”는 말까지 나돈다.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후보 등록 후 선거 사무실을 옮겼다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 후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육의원 후보들이 난립한 데는 ‘로또 선거’ 외에 기탁금 부담이 적은 탓도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 시 내야 할 기탁금이 300만원에 불과하다. 교육감은 5000만원이다. 또 2014년부터 교육의원 선거가 폐지되는 이유도 있다. 이 때문에 마지막 선거에 교육장·교장·교사·대학교수 등 교육계 원로들이 대거 나섰다는 것이다. 후보자 평균 연령이 61세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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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권한, 제대로 뽑아야”=교육의원의 권한은 교육감 못지않게 크다. 특히 이번 선거 당선인부터는 서울시의회의 교육문화위원회(최대 15명)에 포함된다. 교육의원은 시교육청의 교육 정책과 7조원이 넘는 예산을 심의·의결한다. 또 교육감과 교육청 산하기관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조사권도 가진다. 대우도 좋다. 교육의원이 시의회로 통합되면서 한 달에 500만원씩 의정활동비를 받고 25㎡ 규모의 사무실과 인턴보좌관 한 명을 제공받는다.



이처럼 큰 권한을 가진 교육의원을 시의원과 분리해 정당 공천 없는 직선제로 뽑게 한 현 제도가 유권자의 무관심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 교육의원의 경우 선거구당 유권자 수가 시의원보다 10배 이상 많다. 서울의 교육의원 선거구는 8개이지만 시의원은 96개나 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이 제대로 교육의원 후보를 알 수 없게 제도를 만들어 놓은 탓에 부작용만 커진다”며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하지만 유권자가 좀 더 관심을 기울여 제대로 된 사람을 뽑을 책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련·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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