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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처럼 초·중학교부터 직업교육을”

중앙일보 2010.05.20 01:25 종합 24면 지면보기
지난해 국내 고교 졸업자의 81.9%는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생 300만 명, 박사 학위 소지자 1만 명의 고학력 시대를 맞았지만 취업난은 극심하다. ‘학력 인플레’ 현상이 심각한 것이다. 중앙일보와 한국교육개발원은 18일 ‘학력 인플레 늪에 빠진 한국,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를 주제로 ‘제4회 교육포럼’을 공동 주최했다.


교육포럼 - 학력 인플레의 늪 어떻게 벗어날까
본지·교육개발원 공동주최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중앙일보·한국교육개발원 교육포럼’ 참석자들. 이기봉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선진화정책관, 김태완 한국교육개발원장, 허탁 전국대학교산학협력단장협의회 회장(사진 왼쪽), 박범덕 서울국·공립고교장회 회장,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김경빈 기자]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고졸자와 대졸자 간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학력 인플레도 심화하고 있다”며 “대학의 조정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은 “초·중 단계에서부터 진로·직업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고졸 이하 학력자들이 일할 수 있는 곳에 대졸자가 취업하는 것을 막는 ‘학력 쿼터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기봉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선진화정책관은 “일자리 확충 정책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태완=학력 인플레의 원인이 뭐라고 보나.



▶권대봉=고학력 선호 경향은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생 수가 느는 동안 인력의 질은 높이지 못했다.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 격차가 매우 큰 것도 원인이다. 전문대가 종합대와 별 차이 없이 운영되고, 실용적인 진로·직업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 탓도 있다.



▶김영배=일제 36년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신분계급 질서가 일직선에서 똑같이 출발하게 됐다. 학력에 대한 투자가 신분 상승을 위한 출입구 역할을 하게 됐다. 우리 특유의 가족 지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에선 학비를 스스로 조달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빚을 내서라도 대학에 보낸다.



▶이기봉=학력 인플레는 세계적 현상이다. 국내 대학의 서열화가 특히 수직적이어서 상위권 대학에 가느냐가 신분이나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원인이다.



▶김태완=1980년대 대학 정원 확대 정책과 90년대 대학 설립요건을 완화시킨 정부 정책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이기봉=전문대 차별화가 소홀하게 다뤄지지 않았나 싶다. 고졸자 임금을 100으로 놓을 때 전문대졸자는 103~105 정도인 데 비해 4년제 대졸자는 150~160 수준인 현실도 전문대가 축소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학력 인플레의 폐해



▶김태완=학력 인플레가 가계 교육비 증가, 취업 준비기간 연장 등 국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김영배=산업계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시장이 양분됐다. 심한 경우 임금이 50% 가량 차이가 난다. 고학력자들이 하향 취업을 하게 되면 결국 국가적인 손실이 된다.



▶허탁=대학도 고민이 많다. 취업에 기대를 갖고 들어온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취업을 못하면 학교에 불만을 표하는 등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 무턱대고 들어온 학생들로 인해 대학교육 수준도 떨어졌다.



◆사회전체 사고전환 필요



▶김태완=어떤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나.



▶권대봉=대학을 3학기제로 바꿔 한 학기는 사회를 체험하게 하자. 프랑스에선 중학교가 4년제인데 마지막 학년은 직업 진로교육을 한다. 미국은 교육구청마다 직업기술교육센터가 있다. 우리도 지역교육청 기능 개편을 하면서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자.



▶김영배=일자리 부족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1등에 오를 길을 여러 가지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사회 전체의 사고 전환이 있어야 한다.



▶이기봉=교육정책 면에선 인력 공급이 과잉이다. 일자리 확충 정책을 취하고, 고등교육기관의 수를 축소해야 한다. 향후 5, 10년간의 노동시장이나 산업구조 변화를 전망하는 정보를 주기적으로 제공해 고등교육기관이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박범덕=전문계고의 정체성이 없어져 버렸다. 전문계고에 진로정보센터를 만들어 조기 취업을 유도하고 전문계고를 나온 남학생의 군 입대 연기나 대체근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학생의 잠재력과 능력을 보고 선발하는 입시제도가 만들어질 때 올바른 진로교육이 가능해진다.



▶허탁=정부는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펴야 하고, 대기업은 투자를 늘려야 한다.  



정리=김성탁·김민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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