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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좋고 공기 좋아 … ‘아토피 프리’ 실험 중

중앙일보 2010.05.20 00:57 종합 27면 지면보기
“도시에서는 친구들이 ‘아토피 괴물’이라고 놀리곤 했어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할 정도였어요.”


진안 조림초교 시범사업

18일 전북 진안군 조림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만난 김한별(9)군은 팔꿈치를 보여주면서 말을 이었다.



“1년 전만 해도 늘 팔·다리 상처에서 진물이 흐르곤 했어요. 아이들이 ‘냄새 난다’며 왕따를 시키곤 했지요. 하지만 지난해 이곳으로 옮겨온 뒤로는 상처가 아물고 많이 좋아 졌어요.”



진안군 조림초등학교의 어린이들이 허브·관엽 식물이 가득한 실내 정원에서 책을 읽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같은 반 최서원양도 사정이 비슷하다. 서원이는 본래 천안에서 학교를 다녔다. 지난해 6월 이 학교로 올 때까지만 해도 온 몸을 쉴새 없이 긁어대며 밤잠을 설치곤 했다. 애들한테 놀림 받기 싫다며 학교는 물론, 집밖에도 나가기를 꺼리던 아이였다. 서원이는 “지금도 밤이면 가끔 가렵지만, 얼굴·팔의 상처는 대부분 나았다”며 “특히 자주 짜증내던 성격이 고쳐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별이나 서원이가 공부하는 교실은 시멘트 흔적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바닥이나 벽·천정이 모두 친환경자재로 이뤄져 있다. 벽은 숲에서 방출되는 피톤치트 성분이 많다는 편백나무로 단장했다. 아랫부분엔 원적외선을 발생하는 황토를 발랐다.



칠판은 분필가루가 날리지 않는 물백묵을 사용한다. 교실 바닥엔 원목(오크)이 깔려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면 만화책을 읽기도 하고, 뒹굴며 딱지치기도 한다. 먼지에 민감한 아이들을 위해 교실마다 공기청정기, 진공청소기가 놓여있다. 담임 양수연 교사는 “반 전체 8명의 학생 중 4명은 심한 아토피를 앓아 타지에서 전학 온 아이들”이라고 밝혔다.



조림초등학교는 ‘아토피 프리(free)’를 선언한 진안군이 시범사업을 펼치는 모델학교다. 이 학교의 전교생은 35명, 이중 절반에 가까운 16명은 서울·부산·대전 등 도시에서 전학 온 아이들이다.



가려움, 습진을 동반하는 피부질환인 아토피(atopy)는 ‘국민병’으로 불릴 정도로 환자가 많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여 만 명이나 된다. 전봉기 교장은 “처음에는 얼굴이 시뻘겋게 붓고 짓물러 터진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 와 생활하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게 돼 다들 표정이 환하게 밝아져 부모와 학생들 모두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복도에는 공기 중 오염물질을 흡수한다는 야자수·관음죽·고무나무 등 관엽식물과 쟈스민·라벤다·로즈마리 등 허브식물 수백 그루가 심어진 실내정원이 있다. 2층에는 편백나무 욕조를 갖춘 스파시설도 있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가려울 때 마다 보건실을 찾아가면 담당 교사가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허브오일 등 보습제도 발라준다.



진안군이 아토피 치유사업에 발벗고 나선 것은 2008년부터다. 전체 면적의 80%나 되는 산림에 용담댐·마이산 등 깨끗한 물과 공기를 활용한 헬스투어리즘(의료관광)사업을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진안군은 100억원을 투자해 아토피 질환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에코에듀센터를 건립 중이다. 조림초등학교에서 1㎞ 떨어진 곳에 터를 잡아 내년 말쯤 문을 연다. 장기적으로는 1700억원을 들여 백운면에 아토피 클러스터를 구상하고 있다. 양·한방 협진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힐링센터와 연구소, 체험관, 식이치료센터 등을 종합적으로 건립할 계획이다.



글=장대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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