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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취임 10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중앙일보 2010.05.20 00:23 경제 1면 지면보기
“CEO가 천재일 필요는 없어 … 자기 눈높이로 야단만 치죠”



산부인과 의사 출신 최고경영자(CEO). 교보생명 신창재(57·사진) 회장이 주목받는 건 특이한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맡아 10년 만에 업계 순이익 2위로 끌어올리며 경영 능력을 증명했다.



스스로 “처음엔 보험과 경영에 무식했다”던 그가 경영자로의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18일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를 신속하게, 그것도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흔히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공연히 열심히 하다가 조직을 망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내가 잘 모르는 건 빠지는 게 좋다는 사실을 빨리 깨쳤죠.”



‘영업이 인격’이라던 보험사의 대표이사에 취임한 그는 곧장 영업을 맡진 않았다. 대신 편하게 일하고, 성실한 사람을 북돋워 주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매달렸다. 회사의 비전 체계를 만들고,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를 갖췄다. 간부 사원에 대한 부하·상사·동료의 평판 체크 시스템도 만들었다. 신 회장은 “삼성에서 그런 인사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자극받아 도입했다”며 “이젠 임원이 그만둬도 하루 안에 교체 인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데이터를 모아 놨다”고 말했다.



효과는 나타났다. 상명하복과 관료주의에 젖어 ‘대기업병’을 앓고 있던 교보생명이 달라졌다. 과거에 비해 친밀하고 자유로운 문화로 바뀌었다는 거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CEO가 천재일 필요는 없다”고도 한다.



“천재는 현장사원의 마음을 읽지 못해요. 자기 눈높이로 ‘넌 왜 이리 못났냐’며 야단만 치죠. 아무리 천재여도 사장 한 사람이 어떻게 혼자 모든 결정을 합니까. 조직이 하게 해야죠.”



그래서 그는 사람이 아닌 비전이 다스리는 회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선친인 고 신용호 명예회장은 내성적인 아들에게 사업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봤다. 그가 의대를 간다고 했을 때 “사업하는 것보다 의사가 백배 낫다”며 반겼다고 한다. 하지만 1993년 의사였던 신 회장에게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긴 것도 아버지였다. 신 회장은 “덕분에 조직의 장으로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뜻을 기리기 위한 공익단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아버님은 생전에도 ‘너 평생 먹고살 돈이 얼마냐, 그것만 떼어 주마’ 하셨어요. 나머지는 줄 생각이 없으셨죠. 저도 경영을 물려줄 순 있어도, 재산 자체를 물려줄 생각은 없어요.”



대한·삼성생명이 연이어 상장하면서 시장에선 교보생명의 상장 시기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하지만 신 회장은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공급이 넘칠 때 들어갈 필요가 뭐 있나요. 자본이 충분해 급할 게 없어요. 남들이 상장한다고 우리가 따라할 이유는 없습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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