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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동북아 원유기지 한국에 건설 추진

중앙일보 2010.05.20 00:23 경제 1면 지면보기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UAE산 원유의 동북아 물류기지를 한국에 세우기로 합의하고, 시설이용 조건에 관한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


1000만 배럴 비축 공간 요청 … 25일 왕세자 방한 때 구체적 합의 나올 듯

19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UAE 정부가 지난해 말 한국에 원유 비축 공간을 빌려 달라고 요청해 왔고, 우리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양국 실무자들이 협의를 하고 있다. UAE가 요청한 비축공간은 석유 1000만 배럴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0만 배럴이면 50만 배럴이 들어간다는 서울 장충체육관 20개를 가득 채울 수 있다. 또 지난해 하루 석유사용량이 213만 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5일분이 조금 안 되는 양이다.



UAE는 한국 내의 상업용 저장시설이나 비축시설을 동북아 석유 수요에 대응하는 물류기지로 활용하길 희망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석유 사용량이 늘고 있는 동북아에서 갑작스럽게 수요가 늘 경우 거리가 먼 중동에서 실어오기에 앞서 한국에 보관 중인 물량을 풀겠다는 구상이다. 익명을 원한 지경부 관계자는 “미국·유럽의 수요는 줄고 있는 반면 동북아에선 계속 늘고 있어 중동 산유국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며 “UAE가 태평양으로 진출할 때도 동북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 물류기지를 두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UAE를 위해 새로 기지를 건설하거나 짓고 있는 상업용 저장시설을 빌려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회에서 승인받은 비축기지의 임대 가능 공간이 모두 소진됐고, 이 공간을 빌려 줄 때는 국가비축 목적에 따라 까다로운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지금도 국가비축기지 가운데 3860만 배럴 규모의 공간을 노르웨이·쿠웨이트 등 산유국이나 석유메이저 기업에 빌려 주고 있다.



현재 한국과 UAE는 시설 대여료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UAE 측은 무상임대를 요구한 반면 한국은 시장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지경부 관계자는 “UAE가 무상임대를 요구한 데는 원전 발주에 따른 보상심리도 있는 것 같다”며 “25일 UAE 왕세자가 방한할 때 구체적인 합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AE와의 협력은 한국을 동북아 석유 물류와 석유거래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동북아 오일 허브 사업’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다. UAE와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한국은 동북아 오일 허브 구축을 향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또 석유공사 여수 비축기지의 유휴부지에 착공한 890만 배럴 규모의 저장시설 외에 울산에 2758만 배럴 규모의 상업용 저장시설을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한편 650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울산 석유비축기지가 19일 준공돼 총 1억4600만 배럴 규모의 석유비축시설 구축 사업이 마무리됐다. 이날 준공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우리의 에너지 안보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게 됐다”며 “앞으로 석유자원을 최대로 확보하는 한편 대체에너지 개발에도 진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오일허브=석유류의 생산·공급, 저장, 중개, 거래가 이뤄지는 중심 거점. 미국·네덜란드·싱가포르가 3대 오일 허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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