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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90에 서린 강렬한 살기

중앙일보 2010.05.20 00:19 경제 19면 지면보기
<준결승 1국>

○·쿵제 9단 ●·구리 9단



제 8 보
제8보(87~94)=흑의 대군이 밀집한 계곡 안에서 백 대마는 과연 삶의 열쇠를 찾아낼 수 있을까. 놀랍게도 쿵제 9단은 서서히 숨겨진 답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우선 전보 백△가 좋은 수라는 것은 이미 밝힌 바 있다. 흑은 87로 치받아 89쪽으로 진출하는 것이 최선이다. 흑은 아무튼 백 대마를 양분해야 한다. 이 둘이 손을 잡는 것만은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쿵제 9단이 90으로 뚝 끊어오자 구리 9단의 입에선 무의식적으로 신음이 새어나온다. 중국 바둑 최고의 전사라는 구리는 아수라의 전투에서도 결코 흔들림이 없다. 하나 지금 90에 서린 강렬한 살기에 순간적으로 가슴이 서늘해졌다. 이 전투가 간단치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90에 이어 92는 상용의 맥. 이때 흑이 B로 따낼 수 있다면 사태는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참고도2’가 보여주듯 그게 쉽지 않다. 흑▲로 따내면 백1로 막는다. 흑2로 끊을 때 3으로 곱게 잇는 것이 좋은 수. 귀와의 수상전에서 이기기 위해선 흑4의 응수가 필수적인데 이때 백은 5, 7의 샛길로 탈출해 버린다. 해서 93은 필연이었지만 94 따내자 앞길을 알 수 없는 수상전이 됐다. 흑도 갇혀버린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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