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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62년 만에 세계화 첫 걸음”

중앙일보 2010.05.20 00:14 종합 32면 지면보기
정명훈씨가 19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의 여름 음악축제인 ‘클라라 페스티벌’에 초대받았다. “사실은 그때 제가 반대를 했어요. 한번 공연하러 거기까지 굳이 가야 하나, 유럽 청중 앞에서 연주할 실력은 충분한가 그런 생각이 있었죠.” 서울시향의 상임 지휘자인 정명훈(57)씨는 19일 “결과적으로 내가 틀렸다”고 말했다.


상임 지휘자 정명훈씨

이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8월 30일 브뤼셀의 보자르 센터에서 연주했다. 그 뒤 여름 음악축제의 출연 제의가 잇따라 들어왔다. 서울시향은 29일 이탈리아 브레시아에서 시작해 독일·체코·러시아 등 4개국 9개 도시에서 아홉 차례 공연한다.



서울시향으로서는 1948년 창단 이래 최대의 해외 투어다. 88년 서울올림픽 홍보를 위해 외국 연주를 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초청을 받아 나가는 것은 처음이다.



“브뤼셀에서 곧잘 했어요. 그래서 계속 연결이 된 거죠. 우리 실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고, 축하할 일이죠. 현대자동차가 경비의 반 이상을 지원한 것도 힘이 됐고요.”



정씨는 “한국의 독주자들이 외국에서 성공하는 일은 많았지만 오케스트라는 세계적 수준의 근처에도 못 갔다. 서울시향이 첫 발걸음을 뗀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번 유럽 투어 중 같은 무대에 서는 오케스트라들의 이름이 화려하다. 슈만 페스티벌과 백야 축제에선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빈 필하모닉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린다.



“물론 아직 멀었죠. 이번에 나가면 어디서 온 오케스트라인지, 유럽 청중이 생소해 하겠죠. 적어도 10년은 필요해요. 계속 나가서 동양에서 음악이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려야죠.”



서울시향은 매년 외국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는 영국 에든버러와 일본, 내후년에는 미국입니다. 오케스트라가 발전하는 데 투어와 녹음만 한 게 없어요.”



정씨는 요즘 하루 5시간 이상 오케스트라를 조련하고 있다. 한국에서 ‘예습’도 철저히 한다. 2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21일 대전, 22일 안양, 23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유럽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공연한다. 메시앙의 ‘잊혀진 제물’,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과 ‘라 발스’ 등이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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