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졸업생 53%가 미국 변호사 시험 합격”

중앙일보 2010.05.20 00:12 종합 32면 지면보기
엔로우 원장은 “2개 이상의 언어와 문화를 아는 미국 변호사가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2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미국 변호사가 한국에서 배출되기 시작해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섰어요. 세계 법률 시장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개원 8년 맞은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원장 에릭 엔로우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로스쿨)을 이끄는 미국인 에릭 엔로우(39) 원장의 말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졸업생이 미국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한동대 로스쿨은 지난 2월 실시된 미국 변호사 시험에 졸업생 20명이 합격했다. 이로써 한동대가 2002년 개원해 2005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래 현재까지 모두 105명이 미국 변호사 시험을 통과했다. 전체 졸업생 199명의 53%에 해당한다. 최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대 로스쿨 원장실에서 엔로우 원장을 만났다. 미국 예일대학을 나온 엔로우 원장은 일리노이주와 미주리주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4년 한동대 교수로 임용됐다. 교수 12명은 대부분 미국 기독법조인협회 회원으로 대우에 연연하지 않으며 한동대 근무를 신앙 봉사로 받아들인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합격률을 미국 현지 로스쿨과 비교하면.



“미국 현지 로스쿨은 지난 10년 동안 응시자 중 68%가 합격했다. 미국 아닌 해외에서 교육받은 뒤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는 비율은 평균 31%다. 우리는 53%를 달성했으니 평균을 넘어섰다. 테네시·미주리 등 7개 주에서 합격자가 나왔다.”



-미국 변호사 시험 합격은 단지 자격증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변호사가 된 뒤 실제 취업은 어떤지.



“국내외 법무법인(로펌)은 물론 국내 기업의 법무팀, NGO(비정부기구)·시민단체 등에서 통상·계약, 해외 소송, 지적재산권 등 국내 법조인이 다룰 수 없는 다양한 분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변호사 시험을 보지 않고 바로 취업한 졸업생도 있다.”



※한동대 로스쿨 측은 구체적인 취업 자료를 제시했다. 율촌·로고스 등 국내 8개 로펌에 50∼60명이 들어가 있다. 대우는 경력에 따라 기존 미국 변호사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의 법무팀에도 진출했다. 미국에선 5대 로펌인 폴 헤스팅스를 비롯한 4개 로펌에서 한동대 출신이 활동하고 있다. 베트남 로펌에도 3명이 진출했다. 요르단 출신 졸업생은 현지에서 UN고등판무관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등 NGO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한동대 로스쿨의 경우 한 학년 50명 중 20% 정도가 외국 국적이며, 특히 개발도상국 출신이 많다. 한동대가 개발도상국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장학금 등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로스쿨과 비교할 때 한동대의 장·단점은.



“미국 변호사 시험을 겨냥하는 만큼 커리큘럼은 미국 로스쿨과 유사하다. 커리큘럼을 보고 테네시 등 미국 몇 개 주의 변호사협회가 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대신 학비는 미국 로스쿨의 절반 이하 수준(한 학기에 1000만원 정도)이다. 그래서 미국 출신도 더러 입학한다. 다른 점은 미국법뿐만 아니라 국제법 등 국제 법조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한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국가 간 교역·협상이 앞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변호사의 역할을 찾으려 한다. 영어 이외에 한국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를 할 수 있는 학생들의 특성을 살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시험은 미국에 가서 친다. 교수 12명은 모두 미국 변호사 출신이다. 영미법 관련 책 4만여 권이 비치된 법학도서관은 국내 최대 규모며, 모든 학생에게 전세계 판례를 모은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강의는 모두 영어로 진행되며 토론식이다. 최근에는 한 졸업생이 뉴질랜드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고, 인도 출신 졸업생은 자국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특히 뉴질랜드는 시험문제를 보내와 학교 측이 시험을 관리하기도 했다. 뉴질랜드와 인도까지 한동대 로스쿨의 커리큘럼을 인정한 것이다. 중국 베이징에도 최근 한동대에 이어 미국식 로스쿨이 설립됐다.



-국내 다른 대학 로스쿨과 비교하면.



“가는 길이 서로 다르다. 이들이 국내 법정에서 송사 업무를 겨냥한다면 우리는 세계를 무대로 하면서 지적재산권과 인권 등에 특화돼 있다. 수업 연한은 같은 3년이며 학비는 사립대학의 90% 수준으로 우리가 저렴하다.”



-수입이 미국보다 크게 뒤지는 로스쿨 교수에 만족하나.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할 때의 수입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걸 포기하고 신앙에 바탕을 둔, 또 다른 의미 있는 일을 찾은 것이다. 아내와 자녀 넷 등 가족이 모두 한국에서 살고 있다. 아내는 아이들을 홈스쿨링한다. 모두 현재에 만족한다. 쫓겨나지 않는 이상 계속 이곳에서 일할 생각이다.”



포항=송의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