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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남유럽 재정위기, 한국에 불똥 튈까

중앙일보 2010.05.20 00:09 종합 33면 지면보기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 7500억 유로(약 110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자금 투입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왜 그럴까?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문제와 유로화 체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쉽게 해소되기 힘들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경쟁력이 취약하다. 유럽의 우등생인 북유럽 국가들과 달리 남유럽 국가들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나 정부 효율성 측면에서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한다. 남유럽 국가들은 유로화 가입 후 저금리 장기화와 역내 금융기관 대출 경쟁 등으로 소비 확대와 부동산가격 상승의 혜택을 누려 왔다. 내놓을 만한 산업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과소비로 인한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를 외국 자본으로 메워 온 결과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한편 유로화체제는 이들을 제어할 아무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회원국별로 운영되는 재정 정책과 재정 이전(fiscal transfer) 시스템의 부재, 위기 시 회원국이 쓸 수 있는 대응 정책의 제약(환율 및 금리 정책 상실) 등 여러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또한 가입 자격이 떨어지는 남유럽 국가들을 받아들인 것도 유로화체제의 태생적 한계로 지적된다.



남유럽 재정위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마련한 방어막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최악의 위기 상황은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EU가 재정위기, 더 나아가 유로화 붕괴론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의 여부는 회원국 차원의 문제 해결과 함께 유로화체제의 근본적 개선에 달려 있다.



우선 남유럽 국가들은 과감한 재정건전화 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두 과감한 긴축재정안을 내놓았다. 이를 시행하려면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너무 지나친 재정긴축이 경기 침체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자력에 의한 경제 회복이 보다 근본적인 위기 극복 방안이다. 과감한 구조 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경쟁력을 회복하고 해외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 EU는 개혁 성과가 뛰어난 국가들을 선별적으로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한편 유로화체제의 구조적 개선도 중요하다. 유로화는 출범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위기 대응 시스템을 미처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위기를 맞다 보니 대응이 너무 늦었다. 문제는 발표된 대책들도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재정 형편상 내 코가 석 자인 각국이 비용 분담을 놓고 갈등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이 불안하게 보는 이유다. 또한 유로화체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하려면 EU 차원의 재정 통합이 시급하다. 회원국의 재정 관리 및 감독체제를 강화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1.2%에 머물러 있는 EU 예산을 증액해 어려움에 처한 회원국을 돕는 재정 이전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



안정화기금은 3년 정도의 시간을 확보해 주는 방어막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건전화 노력이 미흡하거나 회원국 간 이해 대립으로 대응체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 시장 불안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 만약 그리스 재정위기가 스페인 등 다른 국가로 옮겨 붙는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다. 현재 세계가 스페인을 주목하는 이유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한국 경제에 주는 직접적인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태 전개 양상에 따라 차원이 달라질 수 있다.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자금 흐름의 모니터링 강화에서부터 달러 유동성 공급, 통화스와프 등 단계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 둬야 한다. 정부는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신(新)중상주의의 도래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EU는 미국과 더불어 아시아에 대해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 유로존 수출 둔화를 상쇄할 수 있는 대체시장 발굴에 나서야 한다. 한편 이번의 재정위기는 공기업 민영화, 유로화 약세 등 기업 인수합병을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제공할 것이므로 우리 기업은 이러한 기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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