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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울산 원유비축기지 준공 … 동북아 오일허브로 키우자

중앙일보 2010.05.20 00:05 종합 34면 지면보기
싱가포르 남서부 해안에 있는 주롱섬은 전체가 오일탱크로 가득 차 있다. 석유메이저의 정유공장과 오일탱크 터미널 시설도 곳곳에 있다.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오일허브가 된 이유다. 전 세계의 석유를 받아다 이 섬의 탱크에 저장한 후 아시아에 공급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한 석유 관련 제품도 수출한다.



유럽의 오일허브는 네덜란드다. 암스테르담-로테르담-안트베르펜을 연결하는, 이른바 ARA지역에는 9000만 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는 비축기지가 건설돼 있다. 자국 국민이 2~3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정유공장과 터미널도 같이 있어 원유와 석유제품을 수출해 버는 수입이 상당하다. 네덜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가 넘을 정도다. 싱가포르와 네덜란드는 석유 자원이 아예 없는 나라들이다. 그럼에도 석유 강국 행세를 하는 건 바로 오일허브이기 때문이다. 이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오일허브가 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한 첫걸음이 어제 시작됐다. 원유 650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울산 지하비축기지가 준공된 것이다. 이로써 1980년부터 시작된 국가석유비축기지의 건설 계획도 30년 만에 일단락됐다. 국가의 전체 비축능력도 1억4600만 배럴로 늘어났다. 이제부터는 이 하드웨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중·일 3국의 오일허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 세계 석유의 18%를 소비하는 동북아의 오일허브가 된다면 경제적 이득이 엄청날 것이다. 특히 늘 불안에 떨던 석유 수급이 안정화되는 이득이 있다. 정유 등 석유 관련 산업의 경쟁력이 제고된다. 금융·트레이딩·수송·비축산업도 덩달아 성장한다. GDP 증가는 물론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석유비축기지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이런 참에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해 말 1000만 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비축기지를 빌려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낭보다. 임대료 문제로 아직 협상 중이라고 하지만, 잘 마무리되길 기대한다. 동북아 오일허브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계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차제에 높은 관세와 법인세 등 오일허브가 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각종 제약 요인의 철폐도 적극 검토하길 정부에 당부한다. 우리도 이제 석유강국이 한번 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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