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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남과 북

중앙일보 2010.05.20 00:02 종합 35면 지면보기
중국 지인의 경험담이다. 식사 자리였다. 한 친구가 “쑤저우(蘇州)인은 난징(南京)인을 우습게 본다”고 말했다. 난징이 어딘가. 육조(六朝)의 도읍이다. 지금은 장쑤(江蘇)성 성도(省都)다. 강산이 그림 같은, 문채와 풍류의 고장이다. 깔보는 이유가 더 황당하다. ‘북방인’인 탓에 정치(精緻)하지 못해서란다. 쑤저우가 같은 장쑤성 내에서 난징보다 살짝 남방인데 말이다. 중국 남·북방의 갈등은 이 정도로 간단찮다.



음식을 보자. 북방인은 대충 먹고, 남방인은 따져 먹는다. ‘남방인은 대충 먹으면 살기 싫어지고, 북방인은 살기 싫어져야 잘 차려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중국의 8대 요리는 대개 남방이다. 징차이(京菜-베이징 요리)와 루(魯-산둥)차이가 있지만, 웨(粤-광둥)차이, 촨(川-쓰촨)차이, 샹(湘-후난)차이가 주류다. 북방인은 고기를 덩어리째 먹는다. 술도 독주를 사발로 들이켠다. 한마디로 통쾌하다. 남방은 반대다. 고기를 세밀하게 썰어 푹 삶거나 부드럽게 볶는다. 술은 낮은 도수를 따뜻하게 데워 마신다. 북방은 만두·마늘·짠지를, 남방은 물만두·파·김치를 먹는다. 왜고(矮·高-작고 크다), 미면(米·麵-쌀과 면), 노공(老·孔-노자와 공자), 유강(柔·剛-부드러움과 굳셈), 경정(經·政-경제와 정치) 등 남·북의 차이는 한도 끝도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남북의 경계는 메이슨-딕슨 라인이 정설이다. 펜실베이니아·메릴랜드·델라웨어·웨스트버지니아·버지니아를 지나간다. 남방인은 상냥하다. 사교와 파티를 즐긴다. 사생활을 지나치게 내세우면 오만하다는 평을 듣기 십상이다. 그러나 북방인은 남방이 낙후하고,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남방인은 북방이 무례하고, 야만적이며 문화가 없다고 깔본다.



이들 양국의 남북은 분명 갈등한다. 하지만 유쾌하다. 조화 속 차이를 즐기기 때문이다. 분단 탓인가, 좁은 땅 안의 우린 살풍경하다. 오늘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답은 이미 나온 듯하다. 대통령이 직접 ‘북한 최고책임자의 소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단다. 북한 목줄을 죄는 조치도 속속 이어진다. 중국인들은 ‘땅은 남북이 따로 없고, 인물은 동서를 안 가린다(地不分南北, 人無論東西)’는 말을 즐겨 쓴다. 모두를 아우를 때 화학적 행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리에게 당장은 어려운 주문이다. 그래도 사생결단, 일수불퇴의 살벌함만은 피해보자. 그래야 훗날이라도 기약할 수 있을 테니까.



진세근 탐사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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