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북한에 면죄부 주려는가

중앙일보 2010.05.19 19:06 종합 34면 지면보기
민주당과 급진 진보세력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런데 어뢰 프로펠러가 발견되는 등 북한 소행의 물증이 드러나자 이제는 그 진영의 대표적 인사들이 더 희한하고 왜곡된 논리를 꺼내고 있다. 북한이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은 남한의 대북 ‘대결·증오’ 정책에 책임이 있다는 ‘대북 정책 책임론’과 이명박 정권이 안보 허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안보 무능(無能)론’이다. 이런 주장들은 사실과 달라 선동적인 데다 자칫 북한 행동의 정상(情狀)을 두둔하고 북한에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는 대단히 심각한 궤도 이탈이다. 이런 논리들은 천안함 사건은 ‘남북한 간의 내부 문제’라는 중국의 무책임한 주장을 도와주는 것이며, 북한을 응징·제재하려는 남한 내부와 국제사회의 대오(隊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민주당의 정동영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은 어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은 3년 동안 (이명박 정권이 보여 온) 대북 증오에 (북한이) 이에는 이로 맞선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전제하기는 했지만 북한 행동의 원인에 대해선 엉뚱한 진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 들어 남북 관계가 경색된 것은 본질적으로 북한 때문이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를 사살해 놓고도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라는 남한의 당연한 요구를 거부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핵과 피랍자·국군포로 문제를 다룬다면 얼마든지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고 제안했음에도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대화엔 응하지 않으면서 북한은 개성공단 통행을 제한하거나 대청해전(2009년 11월)을 일으키는 등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대결과 증오 정책을 취한 것은 북한이지 남한이 아니다. 그리고 남북 관계가 경색됐다고 수십 명의 동족을 살해하는 테러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정 위원장은 집권여당 대표와 통일부 장관을 지냈으며 2007년엔 이 나라의 안보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다. 그런 이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를 감싸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유시민 야권 경기지사 단일 후보는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기보다는 공격을 막지 못한 현 정권의 안보 허점을 더 문책하고 있다. 안보에 구멍이 뚫려 공격을 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의 많은 군사 전문가가 지적하듯 재래식 소형 잠수함의 해저(海底) 기습을 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악의적이고 도발적인 기습이다. 안보 취약성을 문책하는 건 그 다음 일이 돼야 한다. 이런 상식의 선후(先後)를 뒤바꾸니 그들은 어느 나라 정치인인가. 북한의 어뢰 파편이 그들에겐 한없이 ‘불편한 진실’인 모양이다. 선거를 앞두고는 더욱 그렇게 느끼는 모양이다. 그러나 표 몇 장과 국가 안보를 바꾸려 하는 건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