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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보장제’ 결국 뒤탈 나나

중앙일보 2010.05.18 00:03 경제 14면 지면보기
지난해 유행처럼 번졌던 아파트 프리미엄(웃돈) 보장제. 입주 때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면 건설사가 사전에 약속한 금액만큼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당시 건설사들은 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일부 사업장은 프리미엄 보장제를 내건 지 한 달 만에 계약률을 50%대에서 80%대로 올렸을 정도다.


지난해 텔레마케터 고용한 무차별 마케팅 … 일부 단지 집단소송 준비



그런데 이런 조건으로 분양된 단지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뒤탈이 나기 시작했다. 대부분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 단지는 프리미엄을 보장하라며 소송을 준비 중이다. 건설업계는 수도권에서 보장 조건을 내걸고 분양한 아파트 중 6000가구 이상이 연내 입주할 것으로 추정했다.



프리미엄 보장제를 내걸고 분양한 아파트가 잇따라 입주하면서 계약자와 건설사 간 마찰이 일고있다.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사진은 지난해 하반기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 걸린 프리미엄보장제 플래카드. [중앙포토]
가장 큰 혼선은 많은 계약자가 보장제를 오해하는 데서 비롯된다. 프리미엄 보장제는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상 분양가를 깎아준다는 단순한 내용이다. 예를 들어 분양가 5억원짜리 아파트에 5000만원 보장 조건이 붙었고, 입주 시점의 시세가 4억원이라면 계약자들은 5000만원을 할인받아 4억5000만원을 내고 입주하는 식이다. 계약자들은 5000만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원금+웃돈’을 보장하는 것으로 이해한 계약자가 많다. 특히 이른바 ‘벌떼 분양(텔레마케터를 고용한 무차별 분양)’을 병행한 단지들에서 계약자와 건설사 간 갈등이 심하다. 지난해 보장제 조건으로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를 계약한 권모(46)씨는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프리미엄이란 말 그대로 분양가에 웃돈이 더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단지의 일부 계약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건설사의 설명은 다르다. 프리미엄 보장증서에 정확한 보장내용이 명시돼 있고 계약자들이 이를 확인하고 계약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계약 건당 수수료를 챙겨 가는 벌떼분양 영업자들이 다소 과장했을 수는 있지만 보장증서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계약했다는 건 계약자들에게도 잘못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단지의 계약자들은 형평성을 문제 삼는다. 이달 말 입주하는 용인시의 한 아파트 계약자협의회 회장 이모(39)씨는 “시행사가 미분양분 계약자에게는 프리미엄 보장에다 중도금무이자 등 온갖 혜택을 주고 있다”며 “시세가 분양가보다 많이 떨어진 만큼 시행사도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 9월 입주하는 수원시의 한 아파트 단지는 인근의 프리미엄 보장제로 분양한 아파트처럼 늦게나마 분양가를 인하해 달라는 계약자들의 요구가 거세다. 계약자들은 인터넷카페 등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며 소송 추진은 물론 잔금 납부 거부 및 준공허가를 늦춰 달라는 집단 민원을 내 건설사를 압박하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프리미엄 보장제의 경우 집값이 오를 때는 계약자도 좋고 건설사도 좋은 방식이지만 지금처럼 침체가 이어질 때는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큰 마케팅 방식”이라며 “수도권에서 프리미엄 보장 조건으로 분양한 아파트들의 입주가 본격화하는 올 하반기에는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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