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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철강 결핍' 심각

중앙일보 2004.11.26 17:55 종합 18면 지면보기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포스코 등 아시아 4대 철강업체를 축으로 하는 새로운 철강 조달 체제를 구축키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철강 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것을 예상하고 한국과 중국 철강업체에 '긴급 구조 요청'을 한 것이다. 도요타는 그동안 포스코의 강판을 자동차 내부 부품에만 사용해 왔다.


차·조선 호황에 중국 수요 늘어
닛산, 철강 없어 공장 멈출 정도
한·중·일, 철강재 확보전 치열

이에 앞서 일본 닛산자동차는 지난 25일 자동차용 강판 부족으로 이달 말부터 닷새간 3개 공장의 조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닛산이 천재지변이 아닌 강판 공급 부족을 이유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조선 등 아시아의 주요 제조업체가 철강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철강 부족 현상은 시작 단계"라며 앞으로 철강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 치열한 쟁탈전=국내 최대 철강회사인 포스코가 고민에 빠졌다. 국내 공급물량도 빠듯한데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 공급량을 늘려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포스코는 한해 350만t의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내년에는 420만t으로 70만t 이상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5사와 해외 자동차 업체가 내년에 요청한 양은 500만t 정도로 80만t 이상이 부족하다. 포스코는 전자제품 등의 재료로 쓰이는 열연강판과 선박용 후판(두께 6㎜ 이상인 강판) 중 일부를 자동차용 냉연용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선업계도 철강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물량이 크게 늘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58만t 늘어난 519만t의 후판이 필요하지만 국내 생산은 15만~20만t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다.



공급 부족으로 철강 가격은 크게 오르고 있다. 일본에서 냉연강판 가격은 10월에 t당 7만8000엔(약 80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보다 23% 올랐다. 대만 최대의 철강업체인 차이나스틸은 내년 1분기에 국내 철강 값을 평균 4.6% 인상할 계획이다.



◆ 물량 부족 해결될까=철강 부족 현상은 자동차 생산과 선박 건조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철강 소비 증가는 공급 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철강 소비는 전년보다 25%나 늘어난 2억3300만t에 달했고 올해도 2억6300만t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자동차용 강판이 부족한 것은 두 나라 자동차업계가 공격적으로 해외 공장을 확대하고 있는 데다 미국.유럽 자동차 회사와 다른 강판을 쓰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자동차에 맞는 강판을 생산하는 업체는 일본 신일본제철과 JFE스틸, 포스코 등 세 곳뿐이다.



철강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철강재 부족 현상이 2006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철강 소비국인 중국이 계속해 고성장을 하고, 미국.일본 등 세계 주요국의 경기호황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올해 440만대 규모로 성장하고 2010년까지 1000만대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철강 소비의 블랙홀 역할을 계속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포스코와 일본 JFE스틸 등 대형 업체가 내년 상반기에 3개월씩 일부 고로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를 할 예정이어서 철강재 부족 현상은 심해질 수도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나병철 박사는 "본격적인 철강재 부족 현상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김창규.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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