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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번 도전 끝에 운전면허증

중앙일보 2010.05.07 23:01 종합 26면 지면보기
“960번 도전한 끝에 운전면허증을 땄어요. 이제는 중고차라도 한대 사 직접 운전대를 잡고 아들·딸 집에도 놀러 가고 싶어요.”


완주 차사순 할머니 인간승리
950번째 학과시험 60점 통과
인지대만 500만원 넘게 들어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사는 차사순(69) 할머니는 “평생의 소원이던 면허증을 갖게 된 것이 꿈인 것만 같아 자주 꺼내본다”며 활짝 웃었다.



차 할머니는 지난달 26일 도로주행 시험을 통과, 2종 보통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운전면허 시험을 보기시작 한 지 5년, 필기시험에 합격한 지 5개월 만에 얻어 낸 값진 열매다.



차 할머니가 운전면허 도전에 나선 것은 예순을 훌쩍 넘긴 2005년 4월.



“전주 중앙시장에서 야채를 팔아 생업을 꾸리는데 차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늦은 나이지만 내 얼굴과 이름이 찍힌 운전면허증을 따기로 결심했지요.”



필기시험은 낙방의 연속이었다. 주말이나 국경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면허시험장을 찾았지만, 매번 30∼50점에 그쳐 2종 보통면허 합격선(60점)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에 낙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면허시험장 문을 두드렸다.



950번째 필기시험을 치른 지난해 11월4일 마침내 커트라인 점수인 60점을 받아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학과시험 950회 응시 횟수는 전국의 운전면허시험장이 문을 연 이래 최다 기록이다. 이후에도 기능시험과 도로주행시험에 9번 떨어지고, 열번째 도전에서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었다.



주변에서는 차 할머니가 쏟은 땀과 노력만으로도 인간승리의 표본이 될 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완주군 집에서 운전면허시험장(전주시 여의동)까지 가려면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 타야 한다. 그 동안 들어간 인지대(1회 6000원)만도 500만원이 넘는다.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투자한 차비·밥값만 해도 2000만원이 훨씬 넘는 돈이 들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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