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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vs 중국 … G2 ‘한반도 영향력 확대’ 힘겨루기

중앙일보 2010.05.07 02:06 종합 2면 지면보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기류에 적잖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의 5차 방중이 천안함 사태의 원인 규명이 끝나지 않은 민감한 시점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까닭이다.


복잡해지는 주변 정세

한국과 미국은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천안함 사건 원인 규명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 모두 북핵 6자회담 재개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성 김 6자회담 미 수석대표에 이어 필립 크롤리 국무부 차관보도 5일(현지시간) “천안함 침몰에 대한 조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6자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 정부와 똑같은 입장이다.



다른 쪽에서는 북한이 북·중 간의 전통적 우애를 내세우며 중국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을 거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에 중국은 김 위원장에게 각별한 예우를 베풀며 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0일 상하이(上海)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으나 사흘 뒤 있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 어떤 언질도 주지 않았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최소한 중국과의 혈맹 관계를 재확인시키는 데 성공한 듯한 인상을 준다. 물론 중국이 천안함을 둘러싼 남북한 간 갈등 상황에서 북한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베이징 소식통은 “천안함 사건의 민감성을 잘 아는 중국이 섣불리 북한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과거에 보여줬던 중국의 언행과 김 위원장 방중 과정에서 비친 중국의 태도 간에 커다란 온도 차를 실감하는 한국으로서는 적잖은 배신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종전까지 후 주석과 외교부 대변인의 입을 통해 “국제사회가 참여한 한국 정부의 객관적인 천안함 사건 원인 조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 분리 가능성에 대해서도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랬던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3일 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알리지 않는 등 북한을 감싸 안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한·미 동맹 대 북·중 혈맹 간에 전선이 형성되는 양상이다. 여기에다 일본이 한·미에 동조하고, 북한의 설득을 받은 러시아까지 북·중 진영에 가세하면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 구도는 과거의 냉전시대처럼 한·미·일 대 북·중·러가 맞서는 상황으로 되돌아 갈 수도 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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