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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쓰는 세금 몇조, 학생·교사 실력 좌우 … 권한 막강 ‘소통령’

중앙일보 2010.05.07 01:10 종합 24면 지면보기
지난달 20일 경실련회관에서 열린 ‘2010 서울교육감 예비후보 공명선거 서약식’에서 예비후보들이 각자 서명한 서약서를 들고 있다. 왼쪽부터 박명기·이원희·이경복·김경회·이삼열·김영숙·권영준 예비후보. [뉴시스]
6·2 지방선거 날 유권자들은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도 직접 뽑는다. 새 교육감의 임기는 7월 1일부터 4년간이다. 교육감은 유치원생과 초·중·고생의 교육을 책임진다. 학생 실력도, 교사 실력도 높일 수 있다. 교육감의 철학과 정책이 우리 아이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DC의 미셸 리 교육감은 교육개혁의 상징으로 꼽힌다. 무능 교사와 실력이 처지는 학교를 퇴출시켰다. 그녀는 공립학교 144곳, 연간 10억 달러(약 1조1400억원)의 예산을 총괄한다. 우리나라 교육감은 권한이 더 세다. ‘교육 소통령’으로도 불린다. 서울시교육감은 2000여 개 학교와 140만 명의 학생, 6만5000명의 교직원을 맡는다. 경기도교육감은 부산시 예산보다 많은 8조969억원을 주무른다. 그래서 잘 뽑아야 한다. 교육감의 권한을 열 가지로 정리했다.


[6·2 교육감 선거, 우리 아이 미래 좌우한다] 교육감 무슨 일 하기에…

이원진 기자



교원평가제로 무능 교사 퇴출



교원평가제 입법이 안 돼 교과부는 각 시·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규칙을 만들어 시행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규칙은 6월에 선출될 교육감이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무능 교사에게 자극을 주고 잘 가르치는 교사에게는 인센티브를 주자는 취지의 교원평가제를 교육감이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다. 평가를 거부하더라도 현재로선 법적인 강제조항이 없다. 조례와 규칙 등 자치법규 입법권도 교육감 고유 권한이다.



내신 시험 방식도 좌지우지



올해 서울시교육청은 초·중·고 중간·기말고사에 서술형·논술형 문항을 30%씩 내도록 의무화했다. 2012년에는 50%까지 확대된다. ‘창의적 인재’ 양성 과정과도 관계가 있다. 광주는 서술·논술형 평가 비중이 10%다. 교육감이 교육과정 운영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 시·도별로 시험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전국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실시 여부와 모의평가 횟수도 교육감이 정한다.



외국어고·자율고 설립과 지정



18대 총선 때 국회의원들이 외국어고와 자율형 사립고 설립을 경쟁하듯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특목고나 자율고 설립 권한은 교육감이 쥐고 있다.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아닌 것이다. 현행 법에는 특목고를 설립·지정하려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되어 있지만, 최종 결정은 교육감이 한다. 지역에 국제중이나 자율형 공·사립고, 과학고 등을 세우는 일은 교육감 손에 달려 있다.



수조원대 예산 주무르기



교육청 예산은 광역시·도의 학교·학생·교사 수를 고려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정해진 대로 책정된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예산을 깎거나 늘릴 수 없다. 이렇게 책정된 예산 중 교사 인건비 등을 제외한 20% 정도는 시·도 의회의 심의만 통과하면 교육감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감은 6조원대를 주무른다. 전액이 세금이며, 용처도 교육감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평준화·비평준화 지역 결정



고교 신입생을 별도의 선발시험을 치러 학교별(비평준화)로 뽑을지, 무시험 추첨 배정(평준화)을 할지도 교육감이 정한다. 평준화 지역이라 해도 학교 선택권을 확대할지 여부의 권한도 쥐고 있다. 서울은 올해부터 서울 전역에서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고교 선택제’를 실시했다. 대구도 내년부터 광역학군제를 도입한다. 자율고 선발기준도 서울은 중학교 내신성적 50% 이내가 기준이지만, 광주는 20~30%다.



학원 교습시간 제한 등 관리·감독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원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갖는다. 신종 플루가 터졌을 때 학원을 휴원시킬지, 수강료조정위원회를 통해 수강료가 물가 인상률보다 지나치게 인상됐을 때 규제할지도 결정한다. 교과부가 추진하는 학원 심야교습 제한의 주체도 교육감이다. 서울은 초·중·고교 모두 오후 10시지만 다른 지역은 오후 11시로 제한하고 있어 교육감 의지가 중요하다.



교장·교감·교사 인사권



교육장·장학사·장학관 등 교육 전문직과 공립 유치원·초·중·고교 교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다. 경기도교육감은 2768개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직원을 포함한 10만3800여 명의 인사권을 쥔다. ‘교육공무원임용령’에 따라 교장 임용권은 교육감에게 위임돼 있다. 교장 공모 비율도 교육감이 정한다. 서울은 이 비율을 100%까지 높이자 ‘밥그릇’이 줄어들 것이라는 걸 우려한 교원단체들이 반발했다.



공립유치원 설립·운영 권한



‘유아교육법’에 따라 공립유치원을 설립할 권한이 있다. 사립은 교육감이 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을 관리·감독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유아교육비 지원도 교육감 몫이다. 교육감 후보들이 유치원 의무교육이나 무상보육 등을 주장하는 것은 이런 권한 때문이다. 교과부가 추진하는 유치원 종일제, 야간 돌보미 제도, 초등학교 방과후 보육 사업도 교육감이 예산을 배정하고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세운다.



학교 점심 급식 방식 결정



점심 메뉴가 삼계탕인지, 비빔밥인지는 학생들의 관심사다. 아이들의 건강한 식단을 챙기는 일도 교육감 몫이다. 학교에서 직접 재료를 사서 점심을 제공할지(직영), 외부업체에 맡길지(위탁)도 ‘학교급식법’에 따라 매년 교육감이 교장과 상의해 정한다. 교육감 의지에 따라 학생들의 먹을거리가 달라질 수 있다. 급식법은 경비 지원 대상자를 ‘교육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학생’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 교육 정책과의 조율



정부 정책을 거부할 수도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지난해 전교조의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를 징계하라는 교과부 요청을 거부했다. 교과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를 검찰에 고발하고 강제이행명령을 내리는 것뿐이다. 개별 교사 징계권이 교육감에게 있어 경기도교육청 관내 교사 징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북교육감은 사립 자율고는 ‘귀족 학교’라고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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