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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영상 통한 한국 마케팅에 나서자

중앙일보 2010.05.07 00:32 종합 37면 지면보기
필자가 몸담고 있는 영상위원회란 지역 촬영장소 섭외, 인허가 조율, 촬영 현장 관리, 유치 인센티브 운영 등 지방자치단체의 촬영지원 전문기구다. 이를 바탕으로 영상을 매개로 한 인프라 조성 및 관광 등 지역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역할까지 겸비하고 있다. 서울·부산·전주 등 주요 9개 영상위의 2009년 한 해 예산만 122억원에 달한다. 지난 한 해 지원한 장편극영화는 119편으로 국내 제작편수의 약 86%에 이른다. 국내에서 ‘촬영지원’ ‘영상+지역경제 발전’이란 개념은 이미 업계와 지자체 사이에서는 일반화돼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상위 사업이 중앙과 지역의 정책적 괴리를 전형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란 점이다. 지자체에서 일반화돼 있는 촬영지원이 중앙 차원에서는 실종돼 있다는 것이다. 2006년 영화진흥위 자료를 보면 영화·드라마 촬영세트장이 전국적으로 58개다. 100억원 이상 투자된 곳부터 특정 영화세트장 활용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회성이거나 낡은 채로 방치해 흉물이 되는 운명을 밟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국의 세트장은 다양한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는 규모화와 전문화, 장기적 운영을 위한 소재와 관리 등이 처음부터 고려되지 않았다.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본 적조차 없다. 전국적으로 조율하고 협의할 주체가 실종돼 있다는 사실이 이런 경향을 부채질하고 있다.



영상위는 해외작품의 유치, 즉 인 바운드(In-Bound)에도 관심을 집중하며 마케팅 및 각종 인센티브 도입에 노력을 경주해 왔다. 정부는 이 부분에도 불행하게 역할이 없다. 완성된 콘텐트 수출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국내 고용을 창출하고 조성된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은 관심 밖의 사안이었다.



그 이유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괴리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들이 수출 실적에 열을 올릴 때 지역은 고용과 인프라 활용에 전전긍긍이었다. 정부가 지자체의 영상 관련 정책 흐름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탓이다. 정부의 콘텐트 지원·진흥 기관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영화진흥위원회로 대변된다. 하지만 양 기관 어디에도 영상을 매개로 지역경제 연계 발전 역할과 사업의 관리는 끼어들 자리가 없다.



최근 영화진흥위가 국제공동제작지원센터를 9월까지 설립한다고 한다. 다행이다. 그런데 이것이 중앙과 지역의 정책 괴리를 해소할 방편은 되지 못한다. 영진위가 편의주의적으로 영상위 기능의 일부 또는 사업을 취사선택할 뿐이기 때문이다. 새 기구는 호주의 오스필름이나 필름뉴질랜드처럼 정부 부처 또는 기관과 업계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제 영상을 통해 한국을 전략적으로 마케팅해야 할 때다.



김정진 서울영상진흥위원회 부위원장·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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