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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사이언스 프렌들리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

중앙일보 2010.05.07 00:30 종합 37면 지면보기
21세기는 모든 분야에서 과학적 소양을 기본적으로 갖추지 않으면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시대라고 많은 미래학자가 주장한다. 단적으로 개인적으로나 가정 그리고 직장에서 사용하는 많은 기기가 날로 첨단화함에 따라 ‘사이언스 프렌들리(Science Friendly)’가 부족한 사람들은 과거에 글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 같은 대접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과학은 특정 전문집단의 소유물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과학은 일방적인 수혜와 관망의 대상도 아니다. 거창한 국가경쟁력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과학은 한 개인이 사회와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시대를 앞서가고 질 높은 삶을 영유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소양과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과학을 즐기고 체험하는 축제의 장이 집중적으로 마련됐다. 많은 부모가 자녀의 손을 잡고 과학관이나 박물관을 찾아 과학의 향기를 맡으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이 인간의 기본적 소양과 문화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과학 행사들이 4월 한 달에만 반짝 펼쳐지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얼마 전 영국에서 열린 과학축전 행사와 과학관 및 박물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풍부한 과학관과 박물관의 전시물 및 전시시설도 그렇거니와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과학을 하나의 문화로 즐기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과학적 지식과 소양을 쌓은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전문가 못지않은 제2의 과학교사 역할을 했다. 모두를 위한 과학문화 실현과 과학 대중화가 무엇인지를 실감한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창의 인성의 중요성과 그 창의 인성을 갖춘 우수한 인재 양성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진정한 창의성은 기초과학 원리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과학기술 사례를 접해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학문 간 융합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다양한 분야의 과학과 기술, 공학에 대한 소양과 지식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창의적인 능력을 배양하는 원천이다. 또한 미래형 인재는 사회성·협동성·건전한 윤리를 통해 타인으로부터 감성적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창의적인 미래형 인재 양성은 기본적으로 우리 부모들의 자세와 태도에 달려 있다. 자녀를 창의 인성을 가진 인재로 키우기를 바란다면 숫자화한 교과 점수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당장 집안 분위기부터 확 바꾸어보는 것이 어떨까. TV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모에게서 자녀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자녀의 손을 잡고 과학관이나 박물관에서 열리는 행사장을 찾아 과학을 즐기고 체험하고 탐구해 보도록 하자. 노벨상 꿈나무를 키우는 것은 바로 가정과 부모로부터 시작된다.



정부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도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각종 과학 축전들이 연중 열릴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와 관심이 요구된다. 나아가 이런 과학 행사들이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친숙한 과학학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콘텐트 개발을 빼놓을 수 없다.



최정훈 한양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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