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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그리스 삼킨 파도, 유럽까지 덮치나

중앙일보 2010.05.07 00:22 경제 1면 지면보기
#전염성


위기 관전 3대 포인트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서 5일(현지시간) 벌어진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화염에 휩싸여 쓰러져 있다. 이날 그리스 양대 노조는 정부의 긴축안에 반대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노조원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이날 철도·항공 등은 마비됐다. [아테네 AP=연합뉴스]
두려움이 가장 큰 질병, 막기도 힘든 병, 바로 전염병이다. 환자가 한 명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걸릴 수 있다는 공포, 그래서 무섭다. 그리스발 위기의 핵심은 그리스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다.



기초 체력에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그리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 나라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0% 안팎이다. 가장 낫다는 스페인도 전체 나랏빚이 GDP의 절반이 넘는다. 밑 빠진 독이어서 빚 갚기가 벅차다는 얘기다.



당연히 이들 나라가 공동으로 쓰는 통화인 유로의 값어치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6일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27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마지노선이던 1.3달러대가 깨진 것이다. 이제 가장 눈여겨볼 나라는 스페인이다. 경제규모는 그리스의 5배다. 덩치가 커서 스페인이 쓰러지면 유럽연합(EU)의 힘만으로는 일으켜 세울 수가 없다. ‘유로의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그래서 나온다.



#리더십



훌륭한 리더십은 위기일수록 빛난다. 이 점에서 최근 유럽 지도자들의 행보는 낙제점이다. 그리스를 휩쓸고 있는 시위대의 주축은 공공노조다. 정부가 공무원마저 설득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자승자박이기도 하다. 복지를 늘리는 건 쉽지만 줄이는 건 정권을 걸어야 할 만큼 어렵다.



유럽을 이끄는 독일·영국·프랑스는 선거에 발목이 잡혔다. 눈치를 본 것이다. 9일 지방선거를 앞둔 독일은 그리스 지원을 반대하는 여론 때문에 결정을 머뭇거렸다. 3월 지방선거에서 패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힘이 빠졌다. 이 바람에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게 생겼다.



영국은 제 코가 석 자다. EU 집행위는 “올해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재정적자가 가장 심각한 국가는 영국”이라고 전망했다. 7일 독일 의회의 그리스 구제금융안 표결은 유럽 리더십의 시험대다. 승인하면 본전이고, 부결되면 재앙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부결되면 유로존의 다른 국가도 그리스와 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팀목



G2의 어깨가 무겁다. 미국과 중국 말이다. 그리스 위기가 ‘제2의 금융위기’가 될지, 유럽의 위기로 끝날지는 두 나라의 능력에 달렸다. 1차 방어선은 미국이다.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미국에서도 유럽 위기가 대서양을 건너올 것이란 위기론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소비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은 큰 방어막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국채 발행(2분기 30억 달러 감소)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이 빚을 덜 내고도 나라 살림을 꾸려갈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중국의 힘 조절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중국은 금융위기 여파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 열을 식혀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중국이 금리를 올리면 아직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럽에는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 거꾸로 보면 유럽 위기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계기일 수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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